나는 1997년부터 경리, 회계, 총무 등 다양한 관리 업무를 맡으며 숫자에 매료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주관적이라 대표의 기분에 따라 결제가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번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회계와 세금은 숫자라는 고정된 요소가 있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숫자와 법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3년 후에는 야간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세무법인에 입사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일한 세무법인은 전형적인 형태로, 의정부에 본점을 두고 포천과 파주에 지점을 운영했다. 서울에서 출근하는 세무사님 덕분에 2년마다 지점이 바뀌었고, 대표 세무사도 자주 교체되었다. 매년 결산 후 배당을 하고, 매월 직원 복지를 고려하는 법인이었다. (격주 토요일 휴무, 교통비 지급, 기장 추가건에 대한 수당 지급 등) 나는 모든 법인이 이렇게 운영된다고 생각했지만, 서울로 이사한 후 개인 세무사보다는 세무법인을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근무해 보니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법인과 개인 중 고민하고 있다면 내 경험을 참고하길 바란다.
1. 세무법인
세무법인은 일반 기업과 달리 세무사 1명으로는 설립할 수 없다. 최소 5명의 세무사가 필요하다. (현재는 3명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세무법인은 세금을 절세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본점과 대표 세무사와의 관계는 있지만, 법인의 운영 방식은 개인 세무사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법인에도 경리처럼 법인을 기장하는 담당자가 있지만, 모든 본·지점을 통합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1) 직원들의 성향, 거래처
내가 경험한 세무법인은 7명에서 15명까지의 직원이 함께 일했다. 5명의 세무사가 있다면 그에 속한 직원들이 있어, 직원 간의 유대관계가 좋지 않거나 조용하게 일하고 싶다면 개인 세무사를 추천한다. 내가 처음 이직한 강남의 세무법인은 국세청 출신이 없었고, 새로 개업하여 많은 거래처와 직원이 근무했다. 전화가 오면 서로 안 받으려 하고, 우체국 가는 것도 기피했다. 청소부터 민원 응대까지 서로 미루는 상황이 많았다.
2) 장점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렵다. 기장 건수 외에 특별한 부가소득이 없다면 많은 거래처를 담당해야 한다. 이름만 들어도 개인 세무사보다는 세무법인이 전문가 같고 복지 혜택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경력자라면 세무법인을 선호할 수 있지만, 첫 직장의 경험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다.
3) 단점
거래처가 많고 정신이 없으며, 세무법인의 경우 세무사의 지인이나 실력으로 거래처를 수임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거래처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세무사의 지인이라면 업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대화가 가능하지만, 상담이나 세금 혜택이 없는 경우에는 직원의 무능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2. 개인세무사
법인과 달리 국세청 출신의 세무사가 많고, 강남과 경기도권의 환경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수금부터 개인 거래처 파악까지 세무사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불편한 부분도 많다. 내가 경험한 세무사 중 모든 수금을 세무사가 담당하였고, 세무사의 통장을 오픈하지 않아서 매월 식대와 소모품 구입 정도만 받아서 운영하였다. 1년에 얼마의 수입이 있는지 결산이 끝나면 알 수 있지만, 오픈하지 않는 곳은 수입이 적은 곳이 아니다.
1) 장점
장점이라면 직원이 소수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업 세무사라고 해도 적어도 2명이며, 4명 정도 되는 곳은 안정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상 되는 세무사라면 수입이 많을 수도 있어서 법인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경기도권의 경우는 강남과 달리 거래처가 많지 않아서 교육이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특별한 장점이라고 하기엔 세무사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과장이나 실장이 가르쳐 주는 것이기 때문에...
2) 단점
세무사가 직원의 모든 행동을 다 지켜본다고 해야 할까? 거래처가 많지 않은 세무사의 경우 그렇다. 급여가 적은 것은 법인과 세무사의 차이가 아니라 지역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강남의 경우 연봉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퇴직금과 야근 수당을 계산해 보면 그다지 많지 않고, 거래처 업무도 복잡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
3. 회사 선택
세무법인이 나쁘고 개인 세무사가 좋다고 할 수 없다. 세무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법인 전환을 했어도, 이것은 실무자가 관여할 것이 아니지만, 세무법인의 경우 영업을 할 때 직원의 성향이나 적응, 업무 능력에 따라 수임하는 것이 아니라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싶다면 거래처가 많은 곳도 좋지만, 경력자라고 해도 더 배울 것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 세무사를 추천한다. 직원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며, 거래처 유형이 많고 건수가 많다고 해도 나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여성들이 많으면 구설수에 많이 오르듯, 나의 경험은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다. 그렇지만 맡은 일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내가 시작한 일이 결실을 보게 될 때, 뿌듯함은 있다.
4. 좋은 회사, 나쁜 회사는 없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일 수 있고, 나의 단점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를 선택할 때 직원의 분위기, 직원 수, 면접 과정 중 맡아야 할 거래처의 업종과 건수, 그리고 직원이 왜 퇴사했는지, 공석이면 얼마나 자리를 비웠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