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때마다 나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신중하게 선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아무리 세밀하게 계획해도 막상 들어가면 전혀 다른 상황을 맞닥뜨리곤 했다. 열심히 일해보려는 마음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하루 만에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는 일도 많이 겪었다.
나를 환영하기는커녕, 존재 자체가 불편하다는 듯한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쉽게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해명 기회도 없이 퇴출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잘라버려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던 중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그제야 ‘일하다 잘리는 일’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법적 절차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고예고수당과 부당해고 사이
해고라는 건 법적으로 절차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최소 30일 전 통보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해고예고수당’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6개월 이상 근무한 정규직에게만 적용된다. 나처럼 경력직으로 입사 첫날부터 실무에 투입된 경우, 출근한 지 며칠 만에 해고당하면 이 수당조차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다르다. 6개월 미만이라도 가능하다.
단, 여기에는 반드시 ‘해고가 부당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근로자는 왜 해고가 부당했는지를 소명해야 하고, 사용자는 왜 해고가 정당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양쪽의 주장이 부딪히며, 진실보다 강한 논리와 진술의 싸움이 된다.
첫 번째 해고: “저 애랑은 같이 일 못 하겠어요”
내 첫 번째 부당해고 경험은 중소기업에서 시작되었다. 세무사사무실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입사한 회사였다. 대표님의 개인 사업자 기장을 맡기로 했고, 업무량이 많지 않아 부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나보다 몇 살 많은 사무실 여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입사 첫날부터 나에게 “월급이 얼마냐”라고 물었다. 사적인 질문이라 대답을 피하자, “자기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려 했는데 너는 벽을 너무 친다”며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돌려서 했다.
이후에도 종종 뾰로통한 말투와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줬고, 나는 계속 신경을 쓰게 됐다.
결정적인 사건은 직원들이 외근에서 돌아온 오후 시간에 벌어졌다. 그 직원이 갑자기 “낮에 나한테 했던 것처럼 해봐!”라고 소리를 질렀다. 완전히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나는 그대로 퇴근했고, 다음 날 아침 관리이사와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간단했다. “기존 직원과의 관계가 어렵다.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면, 새로 온 직원이 나가는 게 맞지 않겠나.” 그렇게 나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분함과 황당함이 섞여 노동부에 문의했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라는 답을 받았다. 신청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즉시 대응에 나섰다. 회사 측은 나에 대한 진술서를 냈고, 그 안에는 내가 얼마나 문제였는지를 설명하는 내용들이 빼곡했다. 내가 본 적도 없는 직원의 진술서에는 “결혼을 안 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완전히 아줌마였다”, “식당아줌마에게 인사를 한 번도 안 했다” 등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실적이지 않는 유치한 말들로 적혀 있었다. 진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었고, 나를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듯한 표현도 있었다. 심지어 내가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에까지 연락해 나의 이직 경력을 조사하려 했다는 정황도 알게 됐다.
나는 결국, 그 민원을 취하했다. 법적으로 맞고 틀리고를 따지기 전에,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두 번째 해고: “이번엔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강남의 한 세무법인이었다. 법무사와 노무사, 회계사들이 모여 일하는 비교적 큰 조직이었다. 면접 때는 “거래처 관리만 해주면 된다”라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회계처리가 하나도 안 된 대형 무역업체를 넘겨받았고, 기존 직원은 도와주지 않았다. 도리어 나를 아르바이트 취급하며, 필요한 자료도 건네주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맡기로 한 거래처도 내게 정식으로 인계되지 않았다.
하루는 일찍 퇴근하던 중 이사님이 나를 불렀다. “그만 나오셔야겠습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회사는 또다시 직원들의 진술서를 통해 나를 공격했다. “지각을 많이 했다”, “전화도 없이 결근했다”, “인사를 하지 않았다” 같은 말들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들 중 누구와도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고 생각했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노동위원회가 나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일 이후부터 20일까지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회사는 합의에 응했다. 왜냐하면 해고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취업이 되었다. 담당 이사가 아닌 노무사가 나와 대면했고, 상황은 정리되었다.
이제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지극히 나답게
그 후로 나는 다짐했다. “해고를 통보받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겠다.” 더는 싸우지 않기로 했다. 그만큼 싸움이 나를 많이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사람은 비슷했고, 조직은 나를 ‘하나의 변수’로만 다루었다.
지금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불안정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누구에게도 잘릴 걱정 없이, 내가 나인 채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하고,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