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 자리에서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이직이 왜 이렇게 많으세요?” 마치 한 직장에서 20~30년을 근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잦은 이직이 문제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1년씩 근무하였더라도 30곳 이상의 회사를 경험한 것이며, 나의 사정이 아닌 회사사정으로 폐업이 되는 경우도 있을텐데, 같은 질문을 하면 난처하기도 합니다. 이직은 나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자주 퇴사하는 직원때문에 직원을 채용하는 데도 말입니다. 제가 가장 오래 근무한 세무사 사무실은 4년이었습니다. 제 나이와 경력을 고려할 때 이직이 잦은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회사를 떠날 때 미련을 남기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어디를 가도 똑같아” 또는 “여기서 못 버티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실직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연히 방송에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어쨌든 버텨, 버티면 뭐든지 돼.” 그 말을 듣고 잠시 흔들렸지만, 저에게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랜 근속이 실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세무법인에서 10년을 근무한 팀장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했지만, 무역업이나 수출입 업무를 접해본 적이 없어 신입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한 사무실에서 18년을 근무한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력이 길었지만, 결산이나 세무조정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오래 근무하는 것이 성실함이나 끈기의 증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직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두려워 현재에 안주합니다. 반면, 저는 항상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움직이는 쪽이었습니다. ‘이곳보다 나은 곳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최근 폐업을 경험한 후 ‘희망리턴패키지’라는 재창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필수 과정으로 들어야 하는 온라인 강의에서 한 강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버리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재 하는 일이 가치 없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세요.” 그 말을 듣고 제 이직 패턴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끈기가 없어서 이직을 한 것이 아니라, 제게 가치 없는 일을 과감히 버려왔던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보고 이직을 결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한 회사가 있었고, 그 기대가 어긋나며 실망도 컸습니다. 제가 본 그 사람의 ‘가치’가 실제와 다를 때, 또는 제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때 이직을 결심하였습니다. 회사를 옮긴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치 없는 곳에서 허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회사들은 채용 시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제가 그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입니다. 회사의 규모나 복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사람들은 시작할 때 좋은 이야기만 합니다. 회사의 비전, 성과급, 복지를 내세우며 장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중요한 문제들이 드러납니다. 실적이 부족할 경우 개선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부정적인 피드백만 주는 곳도 많습니다. 일은 배우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곳에서는 결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인의 능력을 100% 발휘하고 있음에도 20%의 성과만 인정받고, 나머지는 조직이 가져가는 구조 속에서 묵묵히 일합니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쪽만 이용당하는 관계라면 그것은 협업이 아니라 착취입니다.
이직을 자주 하는 것이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 없는 일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회사도 직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해고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직원도 회사를 떠날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버티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저를 바닥으로 내모는 조직,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 환경이라면 과감히 버릴 것입니다. 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