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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야구팀 성당동 사자들의 함성

리틀 야구단 입단과 동네 야구단 결성을 이끌다

by The Answer

#3 가을, 삼성 리틀 야구단에 입단하다


가을은 눈앞에서 삼성이 해태에게 무참히 패배한 그날 이후 자신이 삼성의 수호신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삼성 라이온즈 리틀 야구단의 입단이 그것이다. 그날부터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님에게 떼를 썼고 가을의 엄마와 아빠는 아들의 돌직구 같은 우직한 고집에 못 이기는 척 삼성 라이온즈 리틀 야구단 가입서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가을은 리틀 야구단에 입단하게 되면서 삼성의 상징인 푸른색 야구 모자와 유니폼, 가을 점퍼, 신발, 글러브, 배트 등 삼성 라이온즈 마크가 찍힌 용품들을 받았다. 가을은 사실 이것들을 받고 싶어서 그 엄청난 때를 썼던 거다. 가을은 학교 친구들에게 구단에서 받은 각종 용품들을 자랑하기 위해 유니폼이랑 모자, 글러브를 낀 채 등교하곤 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었기에 가을은 어깨에 힘 좀 주면서 학교와 동네를 주름잡고 다녔다.




#4 가을, 자신만의 팀을 만들다


가을은 리틀 야구단에서 배운 야구를 동네 친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친한 친구들과 형들을 모아 동네 야구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성당동 사자들” 그 시절에는 국민학교 때 영어를 배우지도 않았고 학원도 없었으므로 라이온즈라는 이름보다 “사자들”이란 이름이 더 친숙했었다. 그 당시 학원이라고 해봐야 주산, 태권도, 컴퓨터, 미술, 음악학원이 전부였고 가을은 예술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미술과 음악학원을 다녔지만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학원을 뛰쳐나와 야구를 하기 바빴다.


가을이 결성한 동네야구팀 “성당동 사자들”은 매일 연습을 했다. 팀의 주장을 맡았던 가을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사자들이 타격 연습을 시키기 위해 아빠에게 부탁해 자동차 폐타이어를 잘라서 나무에 고정시켜 배트로 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야구공은 너무 딱딱하고 맞으면 아프니까 테니스공으로 대신하였으며, 글러브는 팀원들이 각자 준비하기로 했다.


가을의 "성당동 사자들"이 훈련 장소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세월도 추억을 지울 수는 없는가보다


가을과 그의 친구들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던 것. 동네 옆에 논밭이 있었지만 그곳은 항상 무서운 할아버지가 허수아비처럼 지키고 계셔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가을과 아이들은 그곳에서 개구리랑 올챙이, 메뚜기 등을 잡으러 들어갔다가 엉덩이가 멍이 들 정도로 혼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집 옆에 있는 풀이 무성한 공터에서 야구를 하자니 뱀이 나올 것 같아 무서웠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좁은 골목에서 야구를 하기로 했다. 투수와 포수, 타자가 들어서면 꽉 찰 정도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나름대로 1루, 2루, 3루, 홈, 홈런펜스를 지정할 수 있었다. 1루는 오른쪽 집 대문 앞, 2루는 골목이 끝나는 지점, 3루는 옆집 담벼락, 홈은 가운데 집 대문 그리고 홈런은 맞은편 집 옥상이었다. 옥상이라고 하지만 친구들이 업어주면 올라갈 수 있는 높이였으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은 미약하게 “성당동 사자들”은 연습하게 되었다.


연습이 무르익어 갈 때 즈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공을 치면 주위에 있는 집으로 공이 들어가거나 유리창을 깨뜨린다는 점이다. 하필 사회성이 좋지 않은 무서운 개가 있는 것인지 모두들 그 개에게 물릴까 겁이 나서 공을 줍지도 못했고 심술궂은 아주머니께는 혼쭐이 나기도 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옆집 창문을 깨뜨린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맨날 엄마 한데 혼나고 물어주고 혼나고 물어주고... 그래도 가을의 엄마는 야구를 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들이 야심 차게 만들고 이끌고 있는 “성당동 사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을은 엄마의 그 마음을 모른 채 혼낸다고 화내고 용돈 적게 준다고 짜증 냈다.


가을은 이 같은 엄마의 정신적, 사회적 지원에 힘입어 자기 집 옥상에 팀 사무실을 차렸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벽마다 “성당동 사자들”이란 팀 이름과 마스코트, 선수들의 이름을 빼곡히 적어서 사무실의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옥상 위에는 자신의 책상과 의자를 들고 왔고 가장 친한 친구인 봄이와 함께 어떻게 팀을 꾸려나가고 다른 동네와 연습경기를 할지 고민하였다.


이번 이닝에 못한 얘기는 다음 이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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