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우연찮게 동생도 결혼일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조금은 서둘러 날짜를 잡는다는 것이 연말이 되고야 말았다.
많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느끼듯이 챙겨야 할 것이 무척 많은 게 결혼이지 않은가.
스드메를 비롯해 신혼집, 신혼여행 등 큰 것에서부터 자잘한 것까지 어느 하나 소홀할 것이 없는 결혼 준비기 중 신혼여행에 대해서 썰을 풀어볼까 한다.
그나마 소홀한 것이 있다면 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신혼여행이었고 여행에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기에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내가 여행의 매력에 빠져 여행작가의 꿈을 꾸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기에 신혼여행은 여행사의 의뢰를 받아 에어텔로 비교적 손쉽게 준비했었다.
사실, 난 결혼 준비로 몸과 마음이 힘들 것 같아서 아내에게 휴양지로 갈 것을 권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에게는 유럽여행의 로망이 있었던 것. 달래도 봤지만 그녀는 확고했었다. 그 당시로는 어쩔 수 없이 유럽행 신혼여행을 계획했어야만 했다.
그래도 비교적 따뜻한 곳을 찾아봐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탓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물망에 올랐었다. 단, 프랑스 파리는 반드시 일정에 포함시켜야만 했다. 그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
그 당시 tv에서 [꽃보다 할배-스페인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에 꽂혀 버렸고 아내를 설득하여 스페인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기간은 대략 15일 안팎으로 정해서 여행사에 의뢰한 후 기본적인 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최초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파리[3박 4일] - 스페인 바르셀로나[2박 3일] - 그라나다[2박 3일] - 말라가[4박 5일]
하지만 여행 도중 아쉬운 마음에 추가 일정을 의뢰하여 리스본[3박 4일]까지 포함시켜 신혼여행을 총 20여 일 다녀오게 되었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처음 같이 생활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해서 마음 상한 일, 여행의 피곤함에 짜증 내는 일 등 좋지 않은 일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을 추억하는 이유는 처음 머나먼 곳까지 동행하며 동거 동락했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일과 행복함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그 추억이 존재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인생은 뜻하지 않은 것이 전환점이 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