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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Dec 09. 2023

나만의 독서 스타일

사슴벌레식 문답 독서법

                    가끔은 단 한 문장을 반박하기 위해 한 인생 전체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나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평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잃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기억나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 그 순간만은 재미와 짜릿한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고 문장에 밑줄을 친다. 밑줄의 문장은 나의 문장이 아니다. 머릿속에 맴도는 사고의 감각을 넣었다. 나의 언어로 해석하면 충분했다.

글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글이 모이면 입으로 통해 내뱉는다. 그때가 나의 독서 수준을 가름해 보는 기준이 되었다. 온갖 생각들을 정리하고 그중에 가장 나다운 글의 언어로 풀어냈다.

책모임에서 증명할 기회가 열렸고 일상의 대화에서도 가끔 멈췄던 문장을 곱씹어 보았다. 남아있는 글들이 글쓰기에 잠시 잠식해 있다가 우연히 대화에서 나온 글은 놀랍게도 나의 언어로 넣었다는 사실에 짜릿했었다. 사실 소설보다 자기 삶을 바라보는 에세이, 사회문제와 연결된 사회과학 위주로 읽어 왔지만 소설이 주는 그 짧고도 강렬한 문장이 자연스럽게 나의 감각의 언어로 삼켰다.


책은 혼자도 읽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읽기도 한다. 누군가의 의도에서 읽는 것부터 홀로 읽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는 줄곧 혼자 읽는 스타일이다. MBTI도 ENFJ이다. 불타오르는 기분에서 독서를 한다. 10대 때는 손에 잡힐 듯한 책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20대는 그저 읽는 시늉으로 책을 읽어왔다. 30대 때는 남의 말에 홀려 추천한 책만 읽었다. 40대는 좋아하는 분야가 선명해졌고 책 읽는 속도마저 빨랐는 시기도 있었다.

50대부터 독서를 위해 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했다. 나 자신에게 선명하게 드러난 삶의 위에서 독서가 차지한 비중은 컸다. 글을 쓰게 했고 책을 출간하게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과 사고가 확장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을 나누는 독서 수준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독서는 하나의 세계를 열어가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독서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글을 쓸 때, 대화를 할 때, 책모임을 할 때, 삶을 고민할 때, 생각을 정리할 때 독서는 기준을 제시해 주었고 방황을 멈춰주었다.      

독서는 끝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야 한다.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결국에는 혼자 가야 하는 방도가 좋은 독서가의 길이다. 고민하고 평가하고 다시 환원을 통해 나의 독서 스타일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동네책방에서 구입한 책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훑어보고 가장 나에게 맞는 스타일의 책을 우선 읽어 내려갔다. 몇 권의 책은 여유가 생길 때가 있으나 실패할 확률도 분명히 있다. 책을 선택하는데 실패와 실패의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책의 목록을 살펴보면 중요한 기준이 생겼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했고 도서관과 관련된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았다는 것. 요즘의 사회적 용어에 귀를 기울였고 쓰는 것과 독서에 대해서 역시나 눈여겨보았다는 것에 무게감이 실렸다.    

 

다음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눈여겨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필사, 서평, 낭독, 토론, 기록과 평가를 통한 책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나의 것으로 습득시킬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다짐.

독서는 나를 성장하는 힘을 지녔다. 늘 습관적으로 의문을 품고 책을 읽어가는 과정의 습관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 과정들이 모여 독서하는 이유가 생겨난다. 황홀하고 흥미진진한 독서의 세계에 나는 현재진행 중이다. 


*사슴벌레식 문답

너는 왜 독서를 하니?

나는 어떻게든 독서를 할 거야

너는 책이 재밌니?

나는 무슨 책이든 다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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