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도 Dec 23. 2023

책을 읽지 않으면 '왜' 불편할까

책을 읽어왔던 시간이 많았지만 세월만큼이나 깊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깊이 다가왔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책 읽을 여유로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책모임을 하면서 읽지 않으면 말할 수 없고 타인의 생각을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 사실에 책은 자연스럽게 아닌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읽을 수 있었다. 독서에는 하나의 삶이 묻어있었다. 한 사람의 삶이 단순히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면서 미묘한 이야기가 곳곳에 나를 인도했다. 어느 길모퉁이에 서서 책에서 만났던 그 아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지기도 했고 어느 마을 카페에서 기웃거리는 남자는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사유의 시간들을 붙잡기 위해 독서를 결심한 지도 모른다.


그 사유의 시간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삶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삶이 독서로 채워질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글을 쓰고 서평을 하거나 여러 감정의 순환들이 언어로 들어올 때가 있다. 흡입력이 강한 글은 또 다른 나의 언어로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독서가 독서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책을 출간하는 영광을 누렸고 ‘독서’라는 책을 여러 권 읽고 책모임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되었다.

독서는 일상의 변화를 주었고 등산처럼 루틴 하는 삶으로 바꿔놓았다. 책방에 구입했던 책 중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한 책을 읽어봤다. 천명관의 ‘고래’는 그런 이유로 읽는 내내 중독성이 궁금증을 유발했고 빠르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담겼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키워졌고 추천하는 책도 많아졌다. 어딜 가도 책으로 연결되었고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책 추천하는 사람으로 믿음을 주었고 그 반응은 또 다른 추천책으로 누군가에 닿았다.

당연한 의무감에서 시작한 독서가 슬럼프를 거쳐 지금의 독서가로 만들어진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람보다 책 속의 문장을 곱씹어 보았고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 어떤 상황인지 나의 입장에서 계속 파고들었던 끈질김이 비결이라 할까.

요즘 책 읽는 것이 늘 새롭다. 아직 미생의 독서가가 완생으로 가기 위한 발걸음이다. 새로운 등산로도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목표가 있을 때 올라서는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해빗’을 쓴 웬디 우드는 “변하고 싶다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부터 만들라”라고 했다. 독서하는 상황을 만들고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개인적인 독서보다 함께 읽는 모임이 다양한 읽을거리와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책이 가진 다양성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독서는 의무감을 줄 뿐만 아니라 독서하는 활동 영역을 높였다. 책의 분야를 넓게 바라볼 수 있고 읽은 후 사고의 영역이 한정되지 않고 폭넓게 인지할 수 있다. 책모임 회원과 카페 또는 책방에서 책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말의 진도와 기억의 형태가 확장되는 경향이다. 추천한다.


독서가 취미인 시절도 있었다. 지금이야 독서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방향이 분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에 있다. 독서는 삶에 경계 위에 기본이 되어야 한다. 독서로 말하고 평가하는 시대적 사고는 언제쯤 실현가능할까

독서가 삶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독서가 절실하게 와닿아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독서는 고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서양미술사’ ‘사피엔스’ ‘총 균 쇠’ 등 이런 벽돌책이 좋은 책이라고 하지만 책은 자기만의 책들을 읽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높은 산을 올라가기 위해선 작은 산부터 오르기를 연습해야 한다. 책도 그런 의미와 상통한다. 낮은 자세로 독서를 시작해야 한다. 삶이 즐거운 독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감각과 촉각, 미각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찰 때 진정한 독서가로 만들어질 수 있다.


독서의 가치를 설파하는 말들은 많지만 모두 낡고 인지하지 못할 말들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어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책을 읽지 않을 사람은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서는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 독서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왜 읽어야 하는가의 의문보다는 읽지 않으면 왜 불편한지를 먼저 깨닫기를 소망한다. 독서가를 만나거나 주변에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나름 자극을 받을 것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여러분 스스로 독서를 하지 않으면 왜 불편한지를 인지한다면 답은 분명히 있다. 2024년 새해의 화두는 '독서'가 되도록 주변의 삶에 독서의 바람을 불러들이자.


"읽는 자들은 죽기 전에 천 번의 삶을 산다. 읽지 않는 자들은 오직 한 번 살뿐이다." (왕좌의 게임 중)






                                                                                                                                                                                     
                          

이전 05화 독서는 어떻게 나의 삶을  변화시켰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