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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Sep 24. 2024

아침 일찍 울리는 전화벨 소리 1.





주말이었다.


주 6일제 근무이던 시절.

일요일 늦잠을 자기 위해서 핸드폰도 꺼놓고 있었다.

아침 일찍 집으로 전화벨이 울렸고,

엄마가 전화를 받았는지 벨소리가 끊어졌다.


"00야. 우리 수원으로 좀 가야겠다."


방에서 자고 있는 나를 엄마가 깨웠다.

"수원은 왜?"

"며느리가 좀 다쳤다는데 같이 가자. 애들 볼 사람이 없다고 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방안 시계를 봤다. 아침 8시.

간만에 늦잠을 자고 싶던 나는 괜스레 짜증이 났다.

"아니 언니는 이 아침에 어디를 갔다가 다친 거야?"

"몰라. 좀 와달라니 가자."


그땐 운전면허가 없었다. 간단히 갔다 올 요량으로 렌즈를 끼던 나는 안경을 쓰고, 간편한 복장으로 엄마랑 전철을 타고 수원으로 갔다.

"어디를 다쳤대?"

"몰라. 그냥 와 달라고만 하더라고."

"팔 부러진 거야?"

"몰라."


수원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오빠가 사는 아파트로 갔다.

"엄마. 엄마는 오빠집에서 애들 좀 봐. 난 병원으로 갈 볼게."

엄마는 오빠집으로 갔고, 난 그 택시를 타고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 응급실.

올케언니가 누워있을 침대를 찾으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을 해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야?"


그때, 의자에 앉아있던 오빠를 발견했다.

몸을 반쯤 접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빠?"

부르는 소리에 오빠는 상체를 일으켰다.

눈동자는 멍하고,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나를 보고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앉은 의자 쪽으로 다가갔다.

"언니는 어딨어?"

고개를 저의며 손으로 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양문이형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열 수 없었다.

"왜 그래. 언니 어디 다쳤어?"

오빠 회사 동료분들이 주위에 서성 거렸다.



그때 오빠는 수원에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고, 대 기업 건설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조금 늦은 결혼에 현장을 따라 집을 얻어 생활했었다.

수원이 현장이라 수원에 아파트를 얻어 살고 있었다.

시금치도 싫을 만큼 며느리는 시댁은 멀리 한다고, 그러니 엄마도 언니한테 전화하거나 오라고 하지 말라고

누누이 엄마한테 말해 왕래가 많이 없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도 명절에만 볼 정도로 연락도 잘하지 않았기에 아프니 좀 와달라는 소리는 낯설었다.


"안녕하세요."

오빠 회사동료분들이 3명 정도 계셨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좀 사고가 있어서요."

"같이 와 계셔서 감사해요."

얼마나 병원에 있을지 몰라 매점에 가서 음료수라도 사 와야겠다 하고 매점을 찾아 내려가면서 걱정하고 있을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애들은?"

"다 여기 있다. 며느리는 어디가 아프니?"

"걱정하지마. 여기 오빠 회사분들도 와 계시니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할게."

"그래."


음료수 여러개를 사가지고 오빠 있는 곳으로 갔다.

"오빠 이게 무슨 일이야. 크게 다친 거야?"

"그래. 혼자 차를 몰다 그랬어."

"이 아침에 무슨 차를 몰고 어디를 갔는데?"

"새벽에 출근하는데 나를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근데?"

"나를 내려주고 차가 안보일 때까지 봤는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흰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분이 오빠 동료분에게 뭐라고 얘기하는 듯했고, 그 뒤를 다른 흰가운 입은 분이 액스레이 사진을 판에 걸어 불을 켰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라 생각해 그쪽으로 달려갔다. 


"음... 손을 쓸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 드릴게 없어요."


의사 선생님은 사진을 이리저리 보고선 오빠를 향해 한마디 했다.

그 말에 오빠는 쓰러지듯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빌고 빌었다.

"제 아내 좀 살려 주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말인지 몰라 엑스레이사진을 봤다.

내가 본다고 뭘 알겠나.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갔고, 오빠는 그 응급실 바닥에서 눈물범벅으로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00야. 일어나."

동료들은 오빠를 부축해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난 그들을 따라가 다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문이 잠시 열리며 문 사이로 누워 있는 언니 같은 사람을 봤다.

하지만, 그 문 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 의사는 가슴을 열심히 압박을 했고,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갔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오시라고 했고,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언니 많이 다쳐서 지금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는데, 충격 먹지 말고... 죽을 수도 있을 거 같아."

"뭐?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지금 갈게."

"애들 봐야지. 엄마 내가 다시 전화할게."


그러기를 한참,

"000 씨 보호자분."

"네"

문 앞에 서 있던 나는 의사 선생님 앞에 섰다.

"000 씨 사망하셨습니다."

".............."

"사망 시간 0000년 0월 0일 오후 12시 05분입니다."

그리곤 가버렸다.

오빠의 울음소리에 응급실은 조용했다.

그저 오빠를 울부짖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00아. 정신 차려야지. 니가 이러면 어떻게 하냐."

동료분들은 오빠를 진정시키려 했다.


"오빠. 언니네 가족에게도 알려야 하지 않아?"

내 말에 오빠는 잠바 주머니에서 작은 검정 수첩을 줬다.

"여기에 있어. 큰 올케라고 써있는곳에 전화해."


떨리는 손으로 오빠가 준 수첩에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했다.

'뚜루루... 뚜루루'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얼마나 충격이 크실까. 아.... 어떻게 하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000 씨 시누입니다. 수원이요."

"네."

"아. 다름이 아니라..... 어..... 저기 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셔서요."

"어머. 그래요?"

굉장히 침착한 말투였다.

"?? 네.... 그래서 좀 오셔야 할거 같아서요."

"네... 어디 많이 다쳤나요?"

역시나 침착한 말투. 내가 더 화가 났다. 갑자스런 전화에 놀라기도 했을 거 같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을 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했다는데도 그렇게 침착을 놓지 않는 모습에...

"네. 언니가... 언니가..."

어떻게 가족에게 죽었다고 말을 전할까... 그렇게 망설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지금 사망했다고 의사선생님이......."

"아........... 남편한테 전화해서 말할게요."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아무리 시누올케 사이라도 갑작스레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데 저렇게 침착할 수가 없다.

다시 응급실을 갔다.

그때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선생님! 내 며느리 좀 살려주세요!"

6살 첫째는 손을 잡고 1살 둘째를 업고 응급실로 들어오면서 엄마는 통곡을 하셨다.

"선생님. 제발 내 며느리 좀 살려주세요. 이 불쌍한 어린것들 어쩌라고. 선생님! 며느리 어딨냐!"

통곡을 하시는 엄마를 보고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며느리 어딨어. 어딨어!!~ 살려주세요. 선생님"

엄마목소리를 듣고 오빠가 다가왔다.

"엄마."

"어쩌다가 그랬어. 이게 무슨 일이야. 며느라~"


응급실은 조용했다. 아파 실려온 사람들, 그들의 보호자들은 엄마, 오빠의 울음에 저마다 같이 울었다.

"세상에 어쩌다가."

"애들인가 봐."


오빠 회사동료분들은 정신없는 우리를 대신해 장례절차를 밟았다.

무슨 정신이였는지도 모르고 그저 병원 장례식장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언니네 식구들이 도착했다.


"00아. 아이고. 아이고. 00아."

언니네 큰 오빠가 언니네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0 서방 어딨어! 어디 갔어!!"

"0 서방 어딨냐고!!"

사돈 어르신들은 우리 오빠를 소리치며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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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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