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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Mar 18. 2022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나를 슬프게 하는것들은~


며칠전부터 몸이 아팠습니다. 온몸에 근육통이 이루말할수 없고 바늘로 찌르는 통증이 여기저기서 올라옵니다. 온몸에 열감도 느껴지고 하~ 하는 고통의 탄식도 저절로 뱉어 나옵니다.

그래도 버티고 있었지만 가만 생각하니 지금 시국에 그래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코로나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음성이라는 결과가 통보되었습니다.

평소같으면 득달같이 출근을 했을겁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는 무쓰무행 친구들과 쉬는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강제휴식을 취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병가를 내고 집에서 따듯한 차도 마시고 잠도 자고 약기운에 취해 몽롱해진 묘한 호강도 했습니다. 반찬은 없어도 갓 지은 밥에 보글거리는 순두부 하나만으로도 아들, 딸과의 점심은 거나한 만찬이 되고 김이 모락나는 달콤한 맥심커피 한잔은 차마 끊어낼 수 없는 중독성이 올라옵니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 최대한 잘해주자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종류별로 다 샀습니다.

한라봉, 샤인머스켓, 대저토마토

가격이 좀 있지만 분명 아이들이 먹고 싶다 했으면 두번 생각하지 않고 지불했을 돈입니다.

저녁을 정성껏 차려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엄마 상태가 나빠져 집중관리 대상자로 넘어간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때부터 아무것도 할수가 없습니다.

눈물이 나서 책읽기도 글쓰기도 어렵습니다.


지랄맞은 인생살이 같으니라구~

큰맘 먹고 좀 쉬어보려 했더니 그걸 샘내서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 싶습니다.

멈추다 터지고 마르다 또 샘솟는 눈물에 마음이 저리고 힘이 없습니다.


제발 엄마가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소박한 편안함 따위는 백만번 천만번 양보할 수 있으니 제발 엄마가 괜찮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참 잔인한 사연속에 피는 한떨기 여린 꽃송이 같습니다.


결국은 피워낼수 밖에 없고 너무도 아름다워 포기할 수 없지만 그것을 만나기까지는 분명 큰 단단함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다시 한번 느낍니다. 궂이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아도 나를 슬프게 하는것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니 나만이라도 정말 나에게 더 친절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잘 이겨낼거야. 아무렴 잘 이겨낼거야."

"엄마, 듣을수 있을까? 아님 느끼기라도 할수 있음 좋겠다. 힘내. 놓치말자. 내말 들리지? 눈에 힘주고 정신줄 똑바로 잡으라고~"

어제는 어제대로 오늘은 오늘대로 그리고 또 내일은 그 무엇이 나를 괴롭히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시간앞에 한움큼 서러움 덩어리를 꿀꺽 삼켜봅니다.

한겨울을 이겨내고 하얗게 피어나는 목련화에 애잔한 위로를 받습니다.

자꾸만 녹아가는 나에게 다독다독 해 봅니다.

'힘내자 힘내자. 사랑한다.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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