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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Mar 21. 2022

왜 그렇게 앉아서 울고만 있어?


살다보면 참 우리의 마음과 달리 안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불편한 시간이기 때문에 고민과 무기력의 어느선에 서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제가 제게는 꼭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제 실시했던 코로나 19 PCR 검사 음성 결과를 오전에 받고 오후는 불편한 근육통을 잡으려고 병가를 내고 막 편안한 호흡을 가다듬는 참이었습니다.


진동으로 설정된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2통이 있습니다. 한 통은 남편이고 한 통은 알지 못하는 번호입니다. 그냥 넘겨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화를 했더니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의 담당 주치의 선생님입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더럭 겁이 났습니다. 왠만한 상황에서 의사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말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백ㅇㅇ님 따님 되시죠?”

“네, 원장님”


“어머니가 음식을 못 드시고 컨디션이 안 좋아요. 우리가 그동안 계속 신속항원 검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음성으로 나오지만 제가 볼 때 증세가 코로나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pcr 검사를 실시했어요. 오른쪽 폐렴이 좀 보이고 혈액에 염증이 있어요. 지금 호흡치료를 하고 있구요. 그래서 알려드려야 할거 같아서요”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하겠습니까? 또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선생님 음식을 못 드시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수액이나 뭔가 영양식이라도 드시게 해 주세요. 제발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수액은 들어가고 있어요. 제가 큰 병원으로 연결하려고 지금 노력하고 있는데 상급병원에서 병실이 없다고 거절을 하고 있어요. 빨리 입원하려면 그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럼 어머니 상태는 너무 위험하구요.”


세상이 코로나로 뒤숭숭하고 환자에게 피해가 간다하여 면회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내 가족, 내 몸 하나는 잘 단도리하자 싶어 외식도 거의 하지 않고 집안에만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가족이 치료를 받아야 할 때가 되니 폭증하는 환자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일명 의료붕괴의 문턱에서 그 난감함을 만난 것입니다.


의사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간호사로부터 중환자실로 이동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호흡이 어렵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바뀌는 간호사실 전화번호도 야무지게 인계인수를 해 줍니다.

자꾸만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딸이 엄마인 나를 안아줍니다. 딸 품에 안겨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가 불쌍했는지 딸은 집에 있던 믹스를 반죽하여 호떡을 바싹하게 구워 내밉니다.

“엄마, 그만 울어, 그렇게 자꾸 울면 기운 빠져”

늘 생각하지만 슬프고 아파도 사람의 기본욕구는 살아있습니다. 딸이 건네는 호떡을 한입 깨물어보니 바싹한 식감과 달콤한 설탕의 꿀물이 맛나다는 생각으로 연결됩니다.


우스개 소리로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 털 난다는데 나는 딱 그짝으로 눈물을 맺은 채 입은 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또 웃고 책을 읽으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참,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또 눈물이 납니다. 그때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너, 어제 코로나 검사한건 어떻게 됐어? 목소리가 안 좋은거 보니 확진인거야?”

“아니야, 코로나는 음성인데, 언니~ 엉~엉~ 우리 엄마가 죽게 생겼어. 지금 큰 병원 가야 하는데 병실이 없어서 가지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어. 코로나가 걸린거 같대.”


“그런데 너, 왜 이렇게 앉아서 울고만 있어? 얼굴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해야지.”

“안된대. 병원에 외부인은 일절 출입금지야. 엉엉엉~”

“아, 어떡하니?”

그런 서러운 대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을 때리는 말~~~

“왜 그렇게 앉아서 울고만 있어?”


아~ 그래, 이건 아니다. 이대로 만약 엄마를 보내버리면 어쩌지? 그럼 난 못 산다.

원장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마침 어제 PCR 검사를 해서 음성 확인서가 있어요. 보호장비복 비용은 제가 부담할테니 엄마 얼굴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만약 정말 만약 이대로 엄마가 가시면 저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요.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해주세요.”


정말 난감해하는 것이 전화기로도 전해졌습니다.

“선생님 부탁드려요. 저는 음성확인서가 있으니까 괜찮은거잖아요. 그리고 환자치료에 정서적인것도 큰 역할을 하잖아요. 다른 비용은 제가 낼게요. 제발요.”

“알았어요. 그럼 제가 병원에 얘기해 둘 테니 지금 오세요. 오셔서 보호장비 착용하고 병실로 올라가세요.”

정신이 없었습니다. 만약 코로나일지도 모르니 옷이랑 양말은 버려도 좋은 허름한 것들을 찾아 입고 장갑도 끼고 그렇게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 입구에서 라텍스 장갑, 페이스쉴드, 비닐보호복, 신발보호덧신까지 완벽하게 무장한 후 병실로 올라갔습니다. 엄마한테로 안내를 받고 보니 가림막이 가리워진 어느 한쪽 벽면입니다.

엄마는 힘든 숨을 쉬며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봅니다.

“할머니, 할머니, 따님 왔어요. 눈 뜰수 있어요?”

아주 찰나처럼 눈을 뜨다 말았습니다.

“엄마, 엄마, 눈 떠봐, 나야, 내가 왔어. 엄마~”

거칠게 몰아쉬는 호흡을 보고 있자니 같이 숨이 막혀왔습니다.

약 40분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그사이 몇 번이나 간호사가 와서 그만 나가자고 했지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 나를 그 자리에 그렇게 망부석으로 만들어 세웠습니다.

“엄마, 고마워,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줘서, 그렇게 이렇게 잘 길러줘서. 엄마 덕분에 나 잘살고 있어.”

“엄마, 힘내, 이겨내 보자. 할 수 있어. 이렇게 우리가 응원하잖아.”

엄마 손을 주무르고 가슴을 다독다독 쓰다듬어 줍니다. 착각인지 진짜인지 숨이 조금은 편안하게 잦아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물, 콧물로 페이스 쉴드가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르르~ 또르르~ 구슬처럼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립니다.

그런데 마음에 그런 소리가 들립니다.

‘너, 잘했다. 만에 하나 천에 하나 너 엄마 그냥 보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이렇게라도 보고 나니 마음이 괜찮다. 최소한 이런 추억 하나는 묻고 가잖아.’

역시나 또 가만있지 못하는 나의 별난 성격은 시도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아주 귀한 만남을 창조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품에 안겨 꺼이~ 꺼이~ 울고 다 자라 넓은 가슴을 내어주는 아들 품에 안겨 울고 나의 눈물은 마르지가 않습니다. 뭐가 서러운지 모르지만 그냥 자꾸만 아파옵니다.

오늘 오전 역시나 검사 결과는 코로나이고 코로나 격리실로 이동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다행이 어제보다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고 코로나가 확인되어 주사 처방이 내려져 약물이 투여되었다는 다소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엄마가 잘 버티리라 믿습니다. 참 전쟁통 같은 세상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졌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지만 그저 조금이라도 나은 시간을 위해 노력해 봅니다.

결국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까지 한발 더 나아가는 나를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겁니다. 머릿속을 떠도는 한마디가 가슴으로 내려옵니다.

“왜 그렇게 앉아서 울고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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