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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Oct 21. 2023

평범함이 모이면 비범함이 됩니다.

결혼한 직후 살았던 아파트 5층에 친한 새댁 언니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2살 많은데 3살짜리 여자 아이가 한명 있었구요. 그 또래 아이들은 신비로움이 있지만 유난히 새침하면서도 뽀얀 얼굴이 인형 같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귀여워 한 번만 안아보려 하면 그 어린아이가 새침떼기처럼 거부하며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인생의 큰 거절을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2000.1.7. 드디어 저도 딸이 생겼습니다. 제 딸이라 그랬겠지만 눈도 동그랗고 얼굴도 뽀얗고 입술도 도톰한 아주 인형 같은 딸이었습니다. 내가 마음껏 좋아하고 안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딸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유치하게 5층 이웃집 조카에게 그랬죠.

“치, 혜민아, 너 너무 비싸게 굴지 마라. 이제 이모도 딸래미 있다. ㅎㅎㅎ”

딸이 있다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딸 가진 부모는 아주 많으니까요.      

그러다 3년 뒤 저는 아들을 한 명 더 낳았습니다. 사실 아들은 저보다는 남편과 시어른들이 정말 원하는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그 당시 상황을 정리하는 우리 시어머니의 한마디가 있습니다. 

“거푸집도 지꺼는 많으면 좋다. 아들 낳을 때 까지 아를 낳아라.”

여기서 거푸집은 딸을 의미합니다. ㅠ

그런 부담속에 아들을 낳았으니 제가 얼마나 기쁘던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세상에 아들 가진 부모가 얼마나 많은데요. 


결혼을 하고 저는 직장이 없었습니다. 남편의 외벌이에 늘 돈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딸이 태어나니 경제적 부담이 확연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운좋게 공무원 시험을 합격했습니다. 드디어 직장이 생긴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기쁜일었지만 워킹맘은 또 세상에 너무 많더라구요. 

그 이후로도 제 삶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들이 하나, 둘 쌓여갔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25년 이상의 결혼 생활이 이어지고 가족이 구성되고 내 삶의 스토리도 쌓여가게 된 것이죠. 

엊그제 각기 다른 사람인데 유튜브와 책을 통해 공통적인 메시지를 만났습니다. 

“평범함이 다수 만나면 비범함이 됩니다.”

뭔가 머릿속에 회오리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위 0.1%가 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상위 30%가 되는 것은 할만합니다. 그런데 그 30%가 여러 가지 모이면 비범함이 되고 상위 0.1%의 효과를 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저는 큰 욕심 없어요.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몇 백만원 월급쟁이 하면서 딸, 아들 낳고 평범한 배우자 만나서 평범한 집에서 큰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그거면 돼요.

그런데 그 평범함을 여러개 나열해 두고 보면 그것들을 모두 이루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하는 듯 합니다.

- 도서 역행자, 유튜브 신사임당 -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던 나의 일상이 특별함일수도 있겠다 싶은거죠. 

그래서 또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ㅇ 대학 5년을 사귄 캠퍼스 커플 남편과 결혼하여 딸, 아들 낳고 맞벌이하고 있는 나, 

ㅇ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아파트에 살며 나만의 차를 가지고 있는 나, 

ㅇ 4계절의 아름다움을 뼈속까지 감탄하는 정서를 가지고 좋은 사람들과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 

ㅇ 부캐를 위해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실제 상담을 해주고 있는 나, 

ㅇ 현재보다 미래를 더 희망을 안고 독서하고 운동하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나!     


"평범함이 모이면 비범함이 됩니다."

와우~ 그저 감사함의 감탄사가 올라옵니다. 가지고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정말 평범하지만 대단한 내가 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하루였고 또 내일은 더 찬란하다 진심 믿고 있습니다. 

살면서 분명 힘든 시간이 있었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내게는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 행복들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것입니다. 

새벽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지난밤 11시 35분에 대학기숙사에 있는 아들의 부재중 전화가 떠 있습니다. 문득 불안한 마음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잠결에 몽롱한 아들의 목소리가 안도의 느낌을 줍니다. 

“아들, 어제 밤에 너 부재중 전화가 있어서. 엄마가 자느라 못 받았어.”

“아니, 그냥, 총회 모임하고 들어가는 길에 엄마한테 전화한 거야. 별일 아니야. 나 잘 들어간다고..”

“아, 그랬구나. 우리 아들. 전화해 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오늘도 파이팅하고 잘지내!”

“응, 엄마도 잘 지내. 사랑해”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남편에게 그럽니다.

“여보, 나는 참 자상한 아들을 뒀어. 엄마한테 안부 전화도 수시로 하고. 우리 아들 넘 멋지지 않아?”

“좋겠네. 당신은”

“응, 너무 좋아. 히히히~”

바보 엄마의 웃음을 흘리고 거실 밖으로 나가 생수 한잔을 마시며 하루의 몸을 깨워냅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이런저런 시간속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부산에 있는 딸에게 모닝콜을 할 시간입니다.

“아~ 딸, 잘 잤어. 블라블라~~~~~~~ 그래. 사랑해. 오늘도 파이팅!”

“응, 엄마두~~ 사랑해!”     


이렇게 나의 일상에 평범함이 하나 더 해지는 순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껏 사랑한다 말하고 서로를 마음으로 진정 껴안을 수 있는 시간들!

더 이상 욕심내어 뭘 하려구요. 그럼요. 역시 평범함이 모이면 비범함이 맞습니다. 

나는 우주최강 해피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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