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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Oct 21. 2023

인간관계의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2학년 시절 그렇게도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저 멀리서 친구들이 보이면 눈 깜짝할 사이 친구에게로 뛰어가 인사를 하고 포옹을 하기도 했습니다.

걔 중에는 여자아이 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장면을 볼 때 마다 남편은 말했습니다.

ㅇ아 여자 아이가 자존심이 있지너무 좋은 티를 내는 거 아니야좀 기다리는 척도 하고 그래.”

다소 성 차별적인 발언이긴 했지만 엄마인 제 마음도 조금은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그런 아이의 성향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엄마인 제가 참 사람을 좋아합니다말하기도 좋아하고 지나가다 아는 사람이 보이면 모르는척 그냥 지나가지를 못 하구요.     

무엇보다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불가능 할 만한 오지랖을 떨기도 합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런 삶이 참 어렵습니다.

상처도 많이 받고 남들이 겪지 않는 시련도 많이 만납니다.

그저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는 그 욕구 하나만을 위해 자신이 타서 사라지는 희생을 인지도 못하고 사는 것입니다.


왜 그런것일까?’ 막연히 궁금하고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그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지점을 만났습니다.

저는 5살 때 전신마비가 걸려 약 2년을 환자로 살았습니다.

그때 우리 할머니는 전국을 누비벼 어린 저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셨구요

그렇게 기적적으로 회복된 저는 1남 5녀의 자녀들 중 누구보다 부모님과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왜 그렇잖아요죽다가 살아난 자식이니 얼마나 애틋하고 감사한 존재였겠어요.

게다가 전 형제들 중 제일 똑똑하고 애교스러웠습니다.     

그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제 형제 가계도를 보면 언니 둘오빠그리고 여동생 두명입니다.

5명의 딸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아들 한 명!

1970~80년대 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보면 우리 오빠는 감히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오빠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생일파티도 유일하게 집에서 크게 열었고 아버지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로 늘 존재했고 할머니의 천금같이 귀한 손녀였습니다.

그 모든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저는 본능적으로 사랑받는 법을 익혀낸 것입니다.

어른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분들이 행복해하는지를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늘 웃는 얼굴로 기분 좋은 말을 하고 그분들을 보면 사랑한다는 말로 안아드리고 더없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눈웃음으로 애교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직장인이 되고 보니 이상하리만큼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오니 새로운 규칙이 필요했고 가족과 타인은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을 삶의 초반에는 눈치채지 못 한 겁니다.

우습지 않아도 웃어야 하고 피곤해도 자리를 함께 하는 시간들이 허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만큼 여위치 않은 상황들이고 고달픈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무의식적 관념속에 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순간 인간관계의 집착을 내려놓았습니다.     

모든 타인에게 사랑받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행동들로 인해 내 숨통이 조여오고 일부 그들에게 호의가 아닌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언가를 뒤쫒아 가는 삶은 정말 숨이 벅찹니다꼭 만날 운명이라면 그저 나의 갈 길을 가는 중에 자연스레 만나게 되는 것임을 살아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참 신기하게 내가 포기하니 저절로 돋아나는 새싹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거리두기를 하니 과거와 달리 내게 조심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늘어 납니다.

나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나비가 날아드는 꽃이 되고 싶다면 더없이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되면 됩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타인이 나를 찾아오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됩니다.

내 자신이 채워지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우주의 기운과 사람들은 나에게로 오는 이치를 배웁니다.

인생에 외부의 무엇을 위해 애쓰지 말고 내면의 나를 잘 채워 향기 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내가 제일 행복하고내가 제일 건강하고나를 제일 사랑할 때나는 누구보다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내 주변의 모든 이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세상 끝 어딘가에 존재 할 것 같은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어리석음은 내려놓습니다.

지금 여기바로 내가 주인공이고 파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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