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꿀잠 주무세요.

by 해피영희

올해로 아버지는 81살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드시니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물리적으로 많이 힘이 드신다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큰언니가 그럼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바닥 생활은 온 힘을 다해 일어서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침대는 큰 힘들이지 않고 다리를 밑으로 내리는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니 한결 수월하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우리 형제들은 모두 그게 좋겠다고 동의를 했습니다. 이제 어떤 사양을 사고 언제 어디서 구매하는가의 문제가 남은 겁니다. 어느새 노인이 되어 버린 아버지는 물건 하나를 사는 것도 삶의 큰 미션이 되어 버렸기에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6남매가 카톡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브랜드 침대로 사자 결정하고 시** 브랜드의 슈퍼 싱글 사이즈로 주문을 했습니다. 가격이 제법 발생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사용하실 물건이니 좋은걸 사자는데 모두 일치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만약 우리 중에 애들 침대를 사준다고 하면 왠만하면 브랜드 살 거잖아. 하루를 사용하더라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좋은 걸로 사자“

모델을 정하고 아버지에게 시골방의 사이즈를 한 번 더 확인해 달라 했습니다. 물건만 덜컥 주문하고 사이즈가 안 맞으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방 크기를 확인하고 제게 전화를 한 아버지가 그럽니다.

”영희야, 침대 사는 거 일단 보류해 봐라. 침대를 놓으면 방이 없어진다. 그라모 애들이 집에 오면 잘 방이 마땅찮아 진다. 아직 내가 버틸 만하니까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사자“


이를 들은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해는 됩니다.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왼쪽 편마비가 되고부터 우리 형제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1명씩 시골 부모님 집을 방문해서 잠을 자고 일요일에 돌아옵니다. 언니들과 오빠, 저는 애들이 성인이라 우리 한 몸 다녀오지만 동생들은 아직 조카들이 어려서 4식구가 모두 내려갑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그 아이들이 갔을 때 잠자리가 불편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매주 자식들에게 부담 아닌 부담을 지는 것이 미안해서 그렇잖아도 아버지는 우리가 가면 최대한 편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심지어 반찬거리도 다 사놓고 기다리는 분입니다. 그러니 조카들이 불편해 하면 아버지 마음도 불편할 겁니다. 우리는 또 의논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


”아버지 하루라도 건강할 때 편하게 사용하세요. 만약 아프면 집에 있을지도 모르고 제대로 사용 못 할 수도 있어요.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해요. 그리고 지금 창고 방으로 쓰고 있는 방 물건을 밖으로 빼내고 정리해서 애들이 오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요. 그럼 해결 되잖아요.”

”그라까? 그리 해 보까?“


저는 전화를 끊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침대를 주문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또 머뭇거리면 사태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더불어 아버지 혼자서는 또 어려울 것 같아 침대이불도 사이즈에 맞춰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있으니 침대회사에서 배송을 위해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사용하실 거에요. 배송 좀 잘 부탁드려요. 쓰는데 어려움 없이 설치도 꼼꼼히 해 주세요“

”아버지, 침대 배송 오면요, 그분들에게 침대커버 씌워달라고 부탁하세요. 아버지 혼자서는 힘들어요.”

그렇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셋팅을 끝내고 드디어 2021.8.23.(월) 오전 11시 침대가 배송완료 되었습니다.


”침대 잘 와서 설치 다 해주고 갔다. 누워보니 너무 편안하고 좋네. 돈이 많이 안 들었나? 얼마고?”

”아버지 편하면 됐어요. 돈은 계돈으로 한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사용하세요. 우리가 아버지 쓰는 거라고 좋은 걸로 주문했어요. 건강하세요.”

”그래~ 고맙다“


형제들에게 배송이 잘 되었고 아버지가 아주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니 또 다들 수고했다. 다행이다. 서로를 격려하는 답변들이 올라옵니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 재테크의 ‘ㅈ’ 도 모르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작은 집과 땅이 있고 엄마는 뇌졸중으로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 형제들의 돌봄을 받고 있고,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아버지 말 한마디에 후다닥 침대를 사 보내는 자식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이 정답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때는 그분들이 정답이었고 또 오답이었고 또 정답인 시간이 반복됩니다.


다만 꼭 돈이 있어야 세상이 정해진 기준이어야만 잘 살고 대단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경남 고성군 상리면 동산리 274번지’저의 본적입니다. 그 곳에서 불과 몇 킬로 벗어나 본적 없는 우리 부모님들이지만 그분들의 삶에는 인간적인 소박한 사랑이 살아있습니다.

세상 누구도 감히 틀렸다 할 수 없는 삶의 결정체가 남아 있습니다.

산다는 건 과정 중에는 결코 정답을 판단 할 수 없는 시간이고 숨을 거두는 그 마지막 순간 가치로움이 마무리 되는 연장전 같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를 위해 참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엄마로 대식구의 먹거리와 살림을 꾸렸고, 6남매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어깨를 늘 단단히 지고 오신 아버지입니다. 원래 자식이란 절대 되갚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닌지라 감히 생각도 못하지만 이렇게 작은 흉내라도 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침대가 참 푹신하더라. 이리 빨리 주문해 줘서 고맙다. 역시 너그가 아니면 아무 일도 안 된다. 고맙다.”


‘아버지~ 꿀잠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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