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 존재의 뿌리입니다.

by 해피영희

출근을 한참 준비하고 있는 아침 7시 30분 친정아버지에게 전화가 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불길한 느낌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제 밤에 엄마가 걷는 연습하다가 넘어졌다. 아파서 움직이지를 못한다. 오늘 진주경상대학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그리 알고 있어라.”


노래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여러 번 당하다 보면 그런 위급한 소리를 들어도 이제는 그렇구나 싶은 체념이 올라옵니다.

“아버지 알았어요. 병원 가셔서 다시 연락주세요“

출근하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 혼자 병원진료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점심은 드실까? 혹여 몸살은 나지 않으실까? 머릿속이 뒤죽박죽입니다.


11시 쯤 아버지가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고관절이 부러졌단다. 인공뼈를 넣어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119가 진주경상대학병원에서는 응급환자만 받는다고 해서 고성에 있는 병원인데 여기서 수술을 할 수는 없겠제? 진주로 가야 되겠제?”

아~ 어째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하얘지고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형제들이 모인 카톡 방이 요란해 집니다.

오빠는 알아보니 고관절이 쉬운 수술도 아니고, 수술한다고 다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으니 신중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친구가 소개해준 창원의 병원에 가서 수술 없이 치료하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술 없이 그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가 않습니다. 그럼 몸을 못 움직일 것이고 나이든 엄마는 점점 기력과 정신을 잃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의료인들과 노인복지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았습니다. 모두 참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수술을 안 하고 완치되는 방법은 없다 합니다. 그렇다고 수술도 우리의 의지만 있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진퇴양난입니다. 순간 온몸에 긴장이 올라오고 흐르는 시간에 판단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왔습니다.


아버지에게 울산에 있는 병원으로 모시고 수술을 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기다렸다는 듯 놀랍게도 즉시 구급차를 구하고 엄마를 울산으로 출발 시켰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고맙다~ 니 아니면 안 된다. 진짜 고맙다~”
얼마나 긴장하셨는지 그리고는 쓰러지실 것 같아 힘이 없다 하십니다.

금요일 오후 4시 엄마가 울산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부터 입원수속하고 병실배정 받고 간병인 구하고 각종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엄마가 뇌졸중이라 혈전용해제를 먹고 있는데 만약 수술을 하게 되면 그 약을 약 5일 정도는 끊어야 한답니다. 수술여부를 판단하려면 3년 전 뇌졸중 때 찍은 MRI 사진이 필요하다는데 당장 구할 길이 없습니다,

토요일 까지 수술결정을 해야 흘러가는 연휴동안 약도 조절하고 연휴가 끝나면 즉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연휴가 지나 그때부터 검사하고 약물조절 하면 그야 말로 약 10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겁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온 집안을 뒤집어엎고 3년 전 병원 관련자들에게 전화하고 부탁하여 어찌어찌 토요일 아침 MRI 자료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병원으로 뛰어가 영상자료를 간호사실에 전달하며 제발 빨리 진행해 달라 애타게 부탁했습니다. 저의 진심이 통했는지 신경외과 선생님과의 면담이 잡히고 얼마 후 심전도 검사와 면담, 그리고 드디어 정형외과 선생님과의 최종 면담이 이루어 졌습니다.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할머니는 수술을 못할 만큼 위험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는 보호자들의 판단만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의논은 하셨어요?”

“선생님 만약 수술을 안 하면 자연적으로 뼈가 붙기도 하나요? 수술을 안 할 때 위험은 뭐에요?”


“자연적으로 뼈는 붙지 않습니다.

저 부위의 뼈가 끊어지면서 혈액공급이 안되고 결국 뼈가 괴사하게 될 겁니다.

또한 움직이지 못하니 폐렴으로 돌아가실 확률이 높아요.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중 각종 위험과 뇌졸중 환자라서 혈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수술 중 흔히 발생하는 염증이 걱정 되구요.

그래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면 2주 후에는 휠체어 탈 수 있고 4주 후에는 재활도 가능합니다.”


“그럼 수술 해 주세요.

수술을 안 하면 평생 누워 있다 돌아가셔야 하는 거고 수술이 성공하면 최소한 앉는 건 가능하잖아요.”


어젯밤 아버지가 그랬습니다.

“그리 애를 먹이더만 엄마가 집에 없으니 이상하다.

너그 엄마는 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잘 이겨 낼기다.

꼭 수술해라. 사람이 누워만 있는 거 하고 앉을 수 있는 거 하고는 천지차이다“


엄마도 울면서 그랬습니다.

“내가 니 보기 미안데이. 이리 맨날 애를 먹이서 미안하데이. 우리 수술하자. 내 이겨 낼기다.

니가 내를 이리 살리라고 애 쓰는데 내 할 수 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릅니다.

살겠다고 애쓰는 모습도 애처롭고 이렇게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서럽습니다.

새벽 1시 30분 잠에서 깨어 잠이 들지 않습니다.

또 눈물이 납니다. 남편이 가만히 껴안아 줍니다.

지난 토요일 시골집에 가서 아빠, 엄마랑 맛있게 먹었던 회 무침과 새우요리가 새삼 더 마음에 아픕니다.

매번 힘들다 여기며 보냈던 시골집에서의 엄마 간병이 무한한 축복이었습니다.


울산으로 모시기로 결정하며 동생들에게 동의를 구했습니다.

“나도 사람이라 힘들다. 나도 편하고 싶다. 그런데 얘들아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 마음에 한은 안 남아야지. 후회는 없어야지. 나 혼자서는 자신 없다. 너희들이 도와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좀 도와주라. 그럼 언니가 열심히 할게”


수술 동의서를 쓰고 돌아서니 휴~ 긴장이 내려집니다. 마치 아슬아슬한 마감을 통과한 느낌입니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이 넘었습니다. 나 때문에 점심을 못 먹고 있는 남편이 생각났습니다.

식당에서 만나자고 전화를 하고 막내 여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새벽부터 뛰어 다니고 물 한잔 못 마시고 화장실 한번을 제대로 안 갔더니 몸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백신으로 상비약이 된 타이레놀 한 알을 입안에 넣습니다.


아차~ 의사선생님과 면담 중 급히 끊은 아들 전화가 생각납니다.

“준, 엄마가 할머니 수술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어. 잘 있지?”

“응, 엄마. 걱정이다. 몸 조심해”


아들과의 통화에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나의 이 미치도록 사랑하는 자식들에 대한 애정은 먼 과거 기억 없는 시간에 엄마의 사랑을 이어 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엄마는 내 존재의 뿌리이고 이리도 애타게 지켜내어야 할 하나의 존재인 것입니다.


졸음으로 매트위에 누우며 형제들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난 너무 피곤해서 타이레놀 먹고 이제 잔다. 다들 기도 많이 해줘. 엄마 또 잘 이겨 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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