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길, 버스·지하철에서 명상하기
대한민국 통근러, 통학러에게 출퇴근 시간은 인생의 블랙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집에서 출발했는데 정신 차리면 회사 앞이고, 분명 학교 가려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한 시간씩 훌쩍 지나 있는 건 어째서일까. 게다가 그 사이의 기억이라고 해봐야 ‘앗, 저 사람 가방이 내 옆구리를 찌른다’, ‘아, 오늘도 자리 없어서 서서 가네’ 정도. 정말로, 인생에서 허무를 배우고 싶다면 굳이 사서 철학책 읽을 필요 없다. 평일 아침 8시, 2호선 강남행 지하철에 몸을 맡기면 된다.
문제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는 것이다. 책을 꺼내기도 힘들고, 노트북은 언감생심. 스마트폰이라도 보려고 하면, 내 폰이 다른 사람의 겨드랑이라도 푹 찌르고 들어갈까봐 걱정이다. 좁아도 너무 좁다. 차라리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출퇴근 시간에 앉아서 가는 건 노선 시작점에서 타는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할 걸. 결국 현자 타임만 오는 거다. ‘시간 아깝다, 피곤하다’라는 생각만 하면서.
“오늘도 이렇게 출근하는구나…”
“내 하루는 왜 이리 보람이 없지…”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마인드 리셋이다.
아주 짧고 굵은 명상으로 마인드를 리셋하자. 부정적이고 허무한 이미지를 지워내기만 하면 된다. 출근길부터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면 본격 업무 시간에 돌입해서도 어떤 일에도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반대로 퇴근길에도 ‘모두 소진됐다’는 생각으로 꽉 차있으면 나만의 휴식시간을 즐길 틈이 없다. 퇴근 후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캔을 해도 그 즐거움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명상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도, 지하철 손잡이를 간신히 잡은 채 서 있는 와중에도 가능하다. 오히려 그 혼잡한 상황이 명상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내가 추천하는 건 초단기·초집중 명상이다. 이름하여, ‘호흡 스캔’.
먼저 눈을 감는다. (눈을 감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눈에서 초점을 풀자. 다만 내 시선이 다른 사람의 특정 신체 부위로 향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들이마시는 숨을 그냥 지켜본다. ‘내 폐에 공기가 들어오고 있구나.’ ‘폐가 커지는 구나.’
내쉬는 숨을 따라간다. ‘아, 내 몸이 조금 풀어지고 있네.’ ‘어깨가 조금 늘어지는 것 같아.’
이걸 1분만 반복한다.
시끄럽고 복잡한 소음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아, 지금 내 주변이 이렇게 시끄럽구나.’ 그걸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그냥 ‘이 소음도 지금의 일부’라고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내가 ‘현재’에 머물고 있다는 감각이 강해지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사실 지하철·버스 같은 ‘잡음 투성이, 혼잡한 공간’에서 명상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은 이유도 몇 가지 있다. 그냥 이 시간이, ‘좋은 명상 시간’의 대체재가 아니라, 진짜로 효과가 배가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기 쉽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잡음 = 현실판 하드 모드 훈련
조용한 선방이나 집 안 방석 위는 게임으로 치면 ‘이지 모드’다. 그런데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은 사람들의 후끈한 체온, 주기적으로 울리는 안내 방송, 철컹거리는 차체 소리, 누군가의 전화 통화 소리까지 전부 섞여 있다. 여기서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면, 그야말로 어느 장소에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내공이 생긴다. 헬스장에서 아주 무거운 덤벨을 들고 나면 다음 번에 그보다 가벼운 무게를 들 때는 쉽게 느껴지는 것처럼, 산만한 곳에서의 명상은 멘탈 근육을 단련하는 최고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2. 출퇴근 = 감정이 가장 요동치는 순간
차 막히는 버스, 꽉 찬 지하철. 하루 중 스트레스·허무·무력감이 최고조로 올라오는 시간이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그때 ‘마인드 리셋’을 걸면, 효과가 두세 배는 크다. 허무가 몰려올 타이밍에 정신을 붙잡아버리니까, 부정적 감정이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걸 막아주는 ‘선제적 예방’이랄까.
3. 강제된 ‘빈 시간’ 활용
집에서는 ‘유튜브 보고 싶다’ ‘청소해야 되는데’ ‘맥주 한 캔 마시고 생각할까’ 같은 유혹이 많아서 명상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반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달리 할 게 없지 않은가? 이 시간은 어차피 강제로 비워진 시간이라, 오히려 명상하기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안 하기도 뭐 하고, 딴 짓하기도 애매한’ 그 시간을 명상으로 채우는 게 똑똑한 선택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서면 명상에도 좀 더 기껍게 참여하게 된다.
4. 이동 속 리듬 = 천연 메트로놈
버스의 ‘덜컹 덜컹’, 지하철의 ‘쿵쿵쿵’하는 주행 소리는 생각보다 규칙적이다. 이 소리가 명상할 때 집중을 돕는 배경 비트, 즉 메트로놈 역할을 해준다. 호흡 리듬을 잡는 데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다 소음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숨결과 박동을 맞춰주는 무료 ASMR이라고 생각하자.
5. 눈 뜨고 하는 명상 훈련
전통적인 명상은 눈을 감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눈을 꼭 감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내릴 곳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눈 뜨고 집중하는 명상’을 하게 되는데, 이게 일상생활에도 응용도가 높다. 회사에서 회의 중에도, 대화하면서도 잠깐씩 자기 호흡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호흡을 잘 컨트롤 하면 일상생활에서 마음이 앞서나가는 걸 예방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너무 흥분해서 생각이 정리 되기도 전에 말부터 튀어나가 혀가 꼬이는 일 같은 것.
몇 가지 장점이 더 있다.
첫째, 즉효성이 있다. 커피 한 잔이 카페인 흡수되려면 30분이 걸리지만, 호흡 스캔은 1분 만에 효과가 온다.
둘째, 티 안 나게 할 수 있다. 옆 사람이 “저 인간, 뭐하는 거지?” 할 정도로 요란한 행동이 아니다.
셋째, 마인드 리셋에 딱이다. 방금까지 ‘망했다, 오늘 회의 3개 연속이네’ 라는 생각에 휘둘리다가도 호흡을 하며 ‘현재’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니 잠깐, 아직 일과 시작도 하기 전인데 내가 왜 벌써 쫄고 있지?’하고 깨닫는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회의 3개’를 걱정하는 대신,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번외! 화장실 1분 명상법.
여기서 팁 하나 더. 회사나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었을 때는 화장실 명상을 추천한다. 물론 ‘볼일 보면서 명상’은 추천하지 않는다. 집중이 분산돼서 볼일도 안 보고 마음만 복잡해진다. (그리고 변비가 올 수도 있다. 의외로 진지하게 위험하다.)
회의 끝나고 숨이 턱 막힐 때
상사 한마디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때
그냥 도망치고 싶을 때
그럴 땐 조용히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간다. 문 닫고, 잠금쇠 걸고, 잠시 앉아서 호흡만 지켜본다. 이것도 1분이면 된다. 이건 말 그대로 은밀한 리셋 버튼이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잠금장치가 있는 공간이니만큼, 그 1분은 확실히 내 것이다. 누가 갑자기 내가 앉아 있는 칸의 잠금쇠를 망치로 부수고 들어오지 않는 한 말이다.
짧고 굵은 명상은, 출퇴근길이라는 허무의 늪을 “오히려 좋아!”의 시간으로 바꿔준다. 화장실 1분 명상은, 사회생활에서 다들 한 번쯤은 찾아 헤매는 ‘비밀 아지트’ 같은 존재다.
책상 앞에서 ‘명상해야지!’ 하는 건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버스·지하철, 화장실 같은 곳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 버스에서 팔꿈치에 치이면서도 한번 해보라. 정말이지, 내릴 때쯤엔 기분이 묘하게 리셋돼 있을 거다. 숨을 쉰다는 건, 나를 현실에 붙잡아두는 장치다. 그리고 그 장치가 안전하게 잘 잠겨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명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