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다면?

작은 루틴의 놀라운 힘

by 서모니카


아침이다. 눈꺼풀이 겨우 열리자마자 손이 먼저 튀어나간다. 목표는 단 하나, 침대 옆에 충전기에 꽂혀 있는 스마트폰. 손끝이 케이블을 더듬는 순간, 내 하루의 첫 미션이 완료된다. 세상은 아직 흐릿하고 이불 속은 따뜻한데, 화면은 벌써 환하다.


DM이 왔나? 누가 밤새 스토리를 올렸나? 하다못해 오늘의 운세라도 봐야 ‘드디어 오늘이 시작됐다’는 기분이 든다. 마치 세상과의 연결 코드를 확인해야만 존재를 승인받는 듯한 묘한 심리적 안도감. 예전엔 이런 루틴 따위 내 일상에 없었다. 아침이면 그냥 졸린 눈 비비며 물부터 마셨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눈 뜨면 폰부터’라는 루틴이 내 몸에 각인됐다.


작은 습관인데 이상할 정도로 고치기 힘들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잡으면 되잖아? 물 한잔 들이켜면 되잖아? 그런데 웬걸, 이게 진짜 루틴이 되어버리니 생각보다 단단하다. 아주 작은 행동도 ‘루틴’이 되는 순간, 그건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생활의 자동 모드’가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쁜 루틴이라서 문제지, 좋은 루틴이라면? 똑같이 자동 모드로 돌아간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이득 아닌가.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좋은 습관을 먼저 실행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편해질까.


그래서 나는 아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처럼, 명상도 ‘아주 작은 행동’으로 루틴화하기로 했다. 듣기엔 꽤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 거 없다. ‘나는 매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인센스를 피우고 30분간 호흡에 집중한다’ 같은 경건한 서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아침에 더 쪼개 쓸 시간도 없다. 그럼 남는 방법은 하나다. 이미 쓰고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


내가 발견한 황금 시간대는 커피나 차를 식히는 2분이다.
나는 ‘더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 파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뜨거운 건 또 못 마신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도 바로 들이킬 수가 없어서 최소 2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대부분 멍하게 SNS를 새로고침하거나, 시계를 보며 안달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매일 반복되는 ‘확실한 빈칸’이었다. 바로 그 틈에 명상을 심어 넣으면 된다.


잔을 앞에 두고 스르륵 눈을 감는다. 숨을 들이쉴 때 은은한 커피 향이 폐 속까지 스며들고, 내쉴 때 따뜻한 공기가 잔을 잡은 내 손등에 부딪힌다. 겨울엔 잔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김을 들이마시니 호흡기가 촉촉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왜 있잖나, 이비인후과에서 쐬어주는 그 치료용 증기 같은 것. 이 순간만큼은 ‘앉아서 수행’ 같은 거창한 명상가의 자세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료 앞에서 살짝 눈을 감고 좋은 향을 맡는 정도다. 원래 쓰는 시간을 조금 달리 썼을 뿐인데, 하루를 평온하고 아름답게 여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한 번은 출근길에 갑자기 생각났다. ‘어? 오늘 커피 타임 명상 안 했네?’ 근데 웃겼던 게, 이 루틴이 몸에 붙으니까 오히려 ‘빠뜨렸다’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예전엔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 안 보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잠깐의 멈춤을 놓치면 허전하다. 말 그대로 ‘루틴’이 된 것이다.


루틴이라는 건 결국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쌓여 자동화되는 거다. 습관을 바꾼다는 건 대단한 결심을 하면 오히려 어렵고 부담스럽다. 이미 매일 하는 행동에 ‘은근슬쩍 얹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다. 물을 마시는 5초, 샤워하다가 의미 없이 물만 맞고 서있는 1분, 커피를 식히는 2분. 이 시간들은 다들 존재하지만 보통 흘려보내는 틈이다. 그런데 그 틈에 자신만의 루틴을 심으면, 거대한 변화가 의외로 쉽게 찾아온다.


스마트폰 만지작 거리는 대신 호흡. 조급함 대신 커피 향기. 두근거림 대신 차분함.
내가 매일 아침 얻는 건 겉으로 보기엔 고작 2분짜리 ‘멈춤’이지만, 사실 그건 하루 전체를 리셋해주는 마법 버튼 같은 거다.

그러니까,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오늘도 아침에 스마트폰부터 찾았다면? 괜찮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내일은 그 잠깐의 빈칸에 다른 걸 심어볼 수도 있다. 그 작은 루틴 하나가, 생각보다 당신 하루의 풍경을 놀랍게 바꿔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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