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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19. 2024

AI 시대, 왜 잡담인가? JOB담力의 필요성 1

잡담의 시대

본론에 앞서, 인터넷에 떠도는 '토크 포비아* 체크리스트'를 가져왔다.


1. 아는 번호여도 이유 모를 전화는 안 받는다.

2. 여러 명보다 1:1 대화할 때 말수가 적다.

3. 오프라인 매장에서 무인 주문 기계(키오스크)를 애용한다.

4. 전화 상담보다 SNS 고객 상담이 편하다.

5. 대화가 불편해 일을 미루다가 업무에 차질이 생긴 적이 있다.

6. 질문을 받는 자체가 스트레스 받는다.

7. 궁금한 정보는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 검색한다.


*토크 포비아(Talk Phobia): 대화(talk)와 포비아(Phobia, 공포증)의 합성어로 누군가 대화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상을 말함.


5~7개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사회생활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2~4개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그럭저럭 사회생활을 해나가나, 타인과의 대화가 그리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1개 이하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훌륭하다!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의 잡담력을 더더욱 강화하기 위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현상

2023년 구인·구직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MZ세대 14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5.6%가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벨만 울리면 깜짝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은 공포를 이르는 말)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29.9%) 대비 5.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응답자 중 70.7%는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문자·메시지 앱 등 텍스트 소통'을 선택했다.


#SY의 고민

(지인의 사례를 일부 각색)

내 지인 SY는 28살의 마케터로,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동료들과의 사적인 대화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고, 회의나 팀 프로젝트 때는 꼭 필요한 말만 하는 편이었다. 그녀에게 가장 큰 부담은 팀원들과 함께하는 커피 타임이었다. 일주일에 2번(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쯤 되면 팀원들은 다 함께 휴게실로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SY에게는 그 시간들이 고역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혹시 내가 어색해 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어느 날 팀장이 SY에게 "SY 씨, 주말에 뭐 했어요? 좋은 곳 다녀왔나요?"라고 물어왔다. SY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하얘지며 말문이 막혔다. 겨우 "그냥 집에서 쉬었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대화는 금방 다른 팀원에게로 넘어갔지만, SY는 그 순간이 계속 떠올라 불안해졌다. "내가 너무 무뚝뚝하게 답했나?", "팀장님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SY의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날 이후, SY는 더더욱 커피 타임에 참석하기가 힘들어졌고, 가끔은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SY의 고민은 #현상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토크 포비아(콜 포비아 포함) 때문에 특히 MZ세대의 고민이 많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IT기기에 자연스레 노출되어 대면보다 비대면이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고,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인이 어찌 되었든,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내맘대로 직장인 고민 상담소>를 운영하는 내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잡담'이다.


잡담雜談의 사전적인 뜻은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출처: 표준국어대사전)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잡담의 뜻은 조금 다르다.

'잡담은 열쇠다'
by 바그다드Cafe


왜 열쇠*냐? 잡담은 마음의 문을 열기 때문이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고, 대화가 재밌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닫힌 채로 하는 대화는 그 자체로도 고역이다.


*요즘은 열쇠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열쇠라고 표현할지 디지털키나 패스워드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기에는 디지털키나 패스워드보다는 오래되고 낭만적인 '열쇠'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나는 애매한 영업/구매/전략/사업개발 등등 언제라도 대체되기 좋은 경력'만'을 가졌다. 그리고 최근 4년 사이에 2번의 이직을 했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의 위기감도 크다. 이런 내가 10여 년의 대기업 경력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훨씬 경쟁이 치열한 중소견 기업에서 2년째 버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현재 직장에서 공식적인 직함은 전략구매팀장인데, 비공식적으로 영업일도 겸하고 있다. 치열한 중소견 기업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도 여러 업무를 겸직하면서 생긴 경쟁력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내가 전략구매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영업일도 잘(??)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잡담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때문에 오히려 나는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략구매 업무의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흔히, 구매는 갑甲이라고 생각하며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잡담을 먼저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하수의 생각이다.


진짜 구매를 잘하는 사람들은 잡담을 잘한다. 잡담을 잘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허문다. 상대의 마음을 허문다는 뜻은 상대의 속내와 전략을 알 수 있다는 뜻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고오급 정보가 흘러 나오게 된다. 그 고오급 정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구매를 할 수 있다.


영업은? 당연히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두말하면 시어머니 잔소리.



P.S.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연재를 통해 계속해서 잡담에 대해 Job담을 풀어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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