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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26. 2024

AI 시대, 왜 잡담인가? JOB담力의 필요성 2

'빌런'을 이기는 법

최근 나의 모든 신경은 잡담에 쏠려있다. 잡담에 대해 연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40년 인생을 돌이켜보며, 잡담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시 정리하고, 관련된 책도 읽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겉으로는 잡담과 관련 없어 보이는 책book임에도 잡담력力 뽑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읽고 있다.


엔솔러지 소설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 실린 천현우 작가님의 단편소설 <빌런>이 딱 그랬다. 잡담과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에게는 잡담으로 보이는 소설이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을 의미함. 주로 시, 소설, 에세이 등의 문학 작품을 특정 주제나 테마에 따라 선별해 수록함. 앤솔러지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시각과 스타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독자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음.


<빌런> 소설 중에 잡담의 힘이 느껴지는 부분만 가져왔다.




구빵 인천4센터는 흡연자에게 매우 불친절하다. 일단 업무 중간 휴식 시간이 아예 없다. 즉 점심시간 외엔 담배 피울 틈이 없었다. 그나마 흡연할 곳조차 센터 안 주차장이 고작. 그토록 거센 탄압 속에서도 담배 연기는 피어오른다. 오전 열한 시 사십 분, 자동차가 죽 늘어선 아스팔트 위에서 남녀노소 연령 구분 없이 점심 후식으로 구름과자를 먹어대고 있었다. 비흡연자 도지윤에겐 그저 떼거지로 몸에 나쁜 막대기를 죽죽 빨아대는 모습으로 보였다. 냄새조차 괴로워 입으로 헐떡헐떡 호흡하고 있던 중, 누군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빨간 조끼 캡틴이었다. 입엔 이미 말보로 한 대를 물고 있었다. 다급히 라이터를 켜 담배 끝을 지졌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형님."

"어어, 너도 많이 먹었냐."


워터 사건 이후 두 달이 지났다. 그새 캡틴과 도지윤은 형님 아우가 되어 있었다. 물론 도지윤이 일용직을 관두는 순간 끝날 정략 형제 사이에 불과했다. 우유만큼 유통기한이 짧을 관계를 먼저 튼 쪽은 도지윤. 퇴근하고 어김없이 찾아간 아르바이트 갤러리에서 본 계약직 퇴사자 썰이 계기였다. 글에 따르면 빨간 조끼 캡틴은 출고 관리직 중 유일한 오십 대. 사업 망해서 이혼당한 뒤 구빵에 붙박이친 상태고 양육권도 없어 외로운 신세라, 옆에서 담뱃불 붙여주고 신세한탄만 들어줘도 꿀을 빨 수 있다고 했다. 정보는 전부 사실이었고 일주일 지나자 더는 워터로 팔려가지 않았다. 어떤 때는 아예 한가한 공정으로 빼주기까지 했다. 이 편리함에 비하면 이십 분 동안 담배 냄새와 중년 아저씨 넋두리 참는 게 뭐 그리 대수롭겠는가. 이렇게 편히 일할 수 있게 된 건 전부 아르바이트 갤러리 덕이었다. 정말이지 헌정곡이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

아르바이트 갤러리 다니고 나를 찾는 공정 적어졌다.

아르바이트 갤러리 다니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천현우 작가님은 분명 그런 의도로 쓴 소설이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잡담의 힘, 잡담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대목이자, 소설이다. (물론, 전체 소설을 읽으면 훨씬 더 다양한 주제와 작가님의 통찰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1. 잡담의 효용성: 직장생활에서 잡담만 어느 정도 잘해도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잡담력으로 인해 소설에서는 주인공 도지윤이 원하는 '한가한 공정에 자리 잡을 수 있었고, 극혐하는 워터로 팔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2. 잡담을 위한 사전 준비: 상대방에 대한 정보 파악은 잡담을 이어가고, 끝내 성공에 이르기 위한 기본이다. 도지윤에게는 퇴근하고 어김없이 찾아간 아르바이트 갤러리에서 본 계약직 퇴사자 썰이 계기였다. 글에 따르면 빨간 조끼 캡틴은 출고 관리직 중 유일한 오십 대. 사업 망해서 이혼당한 뒤 구빵에 붙박이친 상태고 양육권도 없어 외로운 신세임을 알아냈다. 


3. 잡담을 위한 마음가짐: 상대방의 얘기(잡담)를 잘 듣겠다는 마음가짐. 도지윤은 이미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이렇게 표현된다. 옆에서 담뱃불 붙여주고 신세한탄만 들어줘도 꿀을 빨 수 있다고 했다. 


4. 잡담을 위한 도구 준비: 상대방의 담배 끝을 지져주기 위한 라이터. 도지윤은 비흡연자임에도 잡담의 상대방이자 상사의 담배 끝을 지져주기 위해 라이터를 소지하고 다닌다.


짧은 소설이지만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도 모두 담겨 있다. 바로 잡담을 위한 준비와 마음가짐 그리고 소소한 도구의 필요성까지.


이 짧은 소설 한토막이 놀랍지 않은가? 잡담의 효용성은 물론 이거나와, 잡담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생은 어쩌면 시시해 보이는 것들의 연속이고, 또 그것을 얼마나 잘 발견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잡담력 기르고 회사생활이 달라졌다'를 외치는 그 날 까지.


P.S. 잡담에 대한 중요성과 사회적 인식이 올라가면 잡담을 주제로 엔솔러지 소설집도 출간되지 않을까싶다. 그 때를 위해서라도 잡담에 대해 단편소설 준비해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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