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에서 여덟

by Beverlymom
By Beverly Tory


나의 여덟 살,

막내딸 아이는 동글동글 얼굴에 도톰한 볼살, 귀여운 짱구 이마를 가지고 있다. 쌍꺼풀 없는 눈과 도톰한 입술. 아기 때부터 고수해 온 앞머리와 짧은 단발.


뽀송뽀송한 머리띠를 로고 그림처럼 얼굴에 끼고 다니고,

털모자를 집에서도 턱까지 조여매고 돌아다닌다.

일단 부드럽고 따뜻한 인형, 머리띠, 비니를 좋아한다.


아빠와 붕어빵이다.

유전자를 속일 수 없고, 얼굴을 서로 몰라보는 이산가족이 될 확률이 현저히 낮다.

오랜 친구들은 내 막내딸과 남편을 번갈아 보다 입을 연다.

"난 형부가 귀엽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는데, 시아(가명)를 보니 형부도 귀여운 면이 있구나."

"뜨아.. 쓸데없는 소리!"

딸 덕에 귀엽다는 말까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남편. 딸을 닮아 아빠는 기분 좋아진다.


목소리도 크고 또랑또랑하며, 성격도 통통 튀는 듯 하지만 쑥스러움이 많다. 언니가 곁에 있으면 기가 산다.

불평등함을 일절 인정 못한다.

어릴 적 자주 쓰던 말은 "It is UNFAIR!!"

학급에서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나서서 한마디 하기도 한다.

가끔 생각에 필터링 없이 말을 내뱉어서 엄마가 세상 민망하기도 하다.


빠르고 민첩해서 운동도 잘한다. 대신 빨리 피곤해지는 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친구라도 무조건 따라 하지 않고 소신 있다.

소풍 가서, 혹은 여러 파티에서 즐겁게 놀다가도, 피곤하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에 딸엄마는 가슴 철렁한다. 혹여 따 당하나? 알고 보면 스스로 혼자 쉬려고 구석에 가 있는 거였다.

뭔가 서운해서 잘 삐지기도 한다.


연상이나 어른들과 잘 지낸다.

두 살 반 많은 언니 친구들을 본인의 친구로 여기며,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동갑들과는 친하게 지내나, 두세 살 어린 5-7살 연하들과는 대면대면하다.

차라리 유아와 같은 아기들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놀아준다.


어려서부터 누가 넘어져서 울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딸.

치와와든 골든 레트리버든 불독이든 개 사이즈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겁 없이 끌어안던 아이.

전생에 개였나 싶을 정도로 강아지처럼 궁둥이 흔들며 짖던 아이. 그러고선 내 무릎에 웅크려 앉기도 했다.


처음 아기를 낳았을 때 이쁘장한 첫째와 달리 여덟살은 울퉁불퉁 살로 접힌 퉁퉁한 약 3.6kg (8 파운드 ) 아기로 태어났다. 조금씩 커가면서 푸근한 아저씨가 연상되는 구수한 모습에 우리 부부는 아이를 책임지고 평생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도치맘과 대디눈에는 귀여웠지만, 객관적으로 인물이 조금 걱정되었다.


두 딸중, 첫째는 아기 때 어느 곳을 데려 가도, 'Your baby is so cute! adorable!'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 아빠 어깨가 뿜뿜이었다. 그런데 둘째는 어딜 가도 그런 소리를 듣지 못해서, 아빠가 엄마인 나보다 더 서운해하며 그 상황에 예민했다. 미안함에 살짝 긴장한 듯 하였고 본인 잘못(?)이니 평생 딸을 책임지겠다고 하였다.

정말 다행히, 아기는 커 갈수록 나아지고 있고, 그 캐릭터 매력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잘 성장하고 있다. 물론 아빠는 여전히 긴장상태다. 딸이 사진빨도 안 맞는다며 그녀 사진을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여느 집이건 마친가지겠지만, 막내딸은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범생 첫째와 완전 반대 성향을 타고 태어났다. 겁도 없이 온데 기어올라가 점프를 하다 넘어져서 울고, 머리에 항상 크고 작은 혹을 달고 다니던 딸. 태어나서부터 한치도 엄마의 혼을 빼놓지 않았던 적이 없던 막내딸.

그런데 하는 짓이 귀엽고, 독특한 그녀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독서를 좋아하고,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할 만큼 옷과 목걸이, 쇼핑을 좋아한다.

피아노, 첼로를 연주하고, 태권도, 테니스, 아이스스케이팅, 수영, 달리기등 운동을 좋아한다.


공부보다 엄마일 돕는 일을 더 좋아한다.



여덟살,,

남들은 미운 일곱살이라 하며 일곱, 여덟 살 언저리 아이 육아를 힘들어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첫째를 키워봤기에, 미운 다섯살, 일곱살이 아닌 소중한 다섯, 일곱살임을 안다.


여덟살은 그 끝에 있다. 베이비의 끝.

마냥 귀여워하고 쪽쪽 빨고 안고, 강아지처럼 내 새끼를 보듬고 비빌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아이가 엄마에게 앵기고 기대고 조르고 떼를 써도 마냥 귀여워 보이는, 아직은 베이비 모습을 가진 어린이들이다.

9-10살 4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훌쩍 큰다. 친구들 앞에서 쿨한 척하느라 엄마에게 앵기고 비비지 않는다. 물론 둘이 있을 때는 들러붙고 애정표현을 하지만 말이다. 그 즘 되면 아이 덩치도 커져서 엄마품에 안을 수도 없다.* 안아도 호르몬 영향으로 큼큼한 정수리 냄새에 잠시 안아주고 정중하게 밀어낸다. 부모들 표현을 빌리자면 ’ 징그럽다 ‘라고 하는 빅키즈.


첫째가 여덟살때는 몰랐다. 그 베이비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걸.

어느 날 우연히 그녀 아가시절 동영상을 보았다. 온전히 혼자 사랑만 받던 한 살 반 정도일 때였는데,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 활짝 웃음을 지으며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나도 모르게 동영상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돼 인사했다.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글썽여졌다.


나도 모르게 “ 어머 저 아기 어디 갔니? 어디로 사라진 거야..?”

라며 남편을 보니, 그 또한 촉촉한 눈망울로 손 흔드는 아기 동영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리 부부가 우스웠다. 바로 곁에 그 아이는 11살 모습으로 멀뚱멀뚱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데 말이다.

그 동영상 속 아기가 몹시 그리웠다.

이삼년이 지나면 지금 내 곁에 8살,11살 아이도 사라지고, 그리워지겠지.

이게 성장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겪는 신기하고 기묘한 마술 같은 경험이다.


한참을 키우다 정신을 차리면 몇 년 전 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비슷하게 닮은 조금 더 큰 아이가 있다.


첫째의 여덟살은 엄마눈에 다섯살이 채 안 된 동생에 비해 큰언니처럼 느껴졌다. 그 아이가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여덟살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탈피하는 나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사마귀는 일생동안 여러번 탈피한다. 종자에 따라 다르지만, 한 애완용 사마귀는 일생에 네번 탈피를 하였다. 마지막 탈피 과정에서 날개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후 성장이 끝나고 허물로 부터 자유로워졌다. 그 과정에서 피를 흘리기도 하고, 몸이 건조해 허물을 제대로 벗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탈피 중 허리가 꺾여 죽음에 이르는 사마귀도 있었다. 이렇듯 곤충이든 사람이든 성장은 항상 성장통을 동반한다.


학교에서도 3학년이 되면서부터 각 반마다 남녀불문 아이들 드라마가 슬슬 생겼다.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좀 더 독립적이 된다.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하며 본인 주장이 생긴다. 또한 어른 도움 없이 3명 이상 인간관계를 감당하며 본인들만의 게임과 룰을 만들어 놀 수 있는 나이이다. 그래서 사건사고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이마다 각 캐릭터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런 캐릭터들 사이에서 서로 안 맞는 아이들은 손뼉이 부딪히듯 갈등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학교에 선생님들과 카운슬러등 전문가들은 필요에 따라 부모 참여와 함께 그런 일들을 잘 풀어나간다. 전문가들은 일을 크게 벌이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커 가는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성숙되지 않은 어린아이들 갈등에, 경험 없는 어떤 엄마는 학교일에 어설프게 개입하며 사건은 더 커지고, 엄마들 사이까지 어색하게 만드는 경우도 보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 시기였다.


엄마들은 조금씩 내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미니 사춘기라고도 부른다. 물론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이 때는 육체적 성장도 와서 아이들의 뼈도 굵어지고 덩치도 훌쩍 커진다. (성별과 개인마다 성장 속도는 다르다.) 학교에 봉사를 가거나 아이들을 픽업하러 차선에 서서 보면, 야들야들하던 아가들이 3-4학년이 되면 대부분 튼튼해져 있다.


인생에서 여덟해

엄마에게 종속되고, 기대던 베이비에서 자아가 생기며 정신적, 육체적 탈피를 시작하는 어린이 시기.

아직은 엄마나 아빠에게 애착 가득하고,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나이.

(아이가 태어나 처음 10년은 부모를 닮고 싶어하고, 다음 10년은 부모와 반대로 하려 한다지요.ㅠㅠ)


막내딸의 여덟살이 벌써 아쉽다.

곧 파닥거리며 본인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더 이상 엄마만 쳐다보지 않을 터이다.

곧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내 품에 꼭 껴안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임을 알기에, 여덟살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애틋하다.

틴에이져처럼**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의 사탕같은 달콤한 사랑과 귀여운 징징거림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날도 얼마남지 않았구나.


출처: unsplash

*제가 몸집이 작은편이라 금세 꽉 차드라고요. 덩치가 큰 엄마면 몇 년 더 아이를 품에 쏙 안을 수 있겠지요.

** 열살만 되도 눈빛이 변하려 합니다. 순수와 삐딱의 언저리에서 눈빛이 왔다리 갔다리,, ㅜㅜ 틴에어저를 둔 선배맘들은 아이와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며 농담반 조언을 해줍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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