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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그러워지는 것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키는가

by 망토리 Jan 19. 2025

말을 아무리 강하게 하더라도, 그 말 자체로는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은 행동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힘이 생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말만으로 강함만 드러내는 사람을 싫어했다. 쉽게 말해, 행동 없는 나불거림은 참 구차하다고 생각했다. 그 잣대는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나의 자신감과 나에 대한 타인의 신뢰는 ‘행동’에서 온다고 믿었다. 단 한 번의 행동이 한마디 말보다 많은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주변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무엇이든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병난 것처럼 행동하는 나의 엄격함은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 너 대단하다. 근데 나는 그렇게 못 살아”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이라 여겼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내면 깊숙이 이런 내 자신이 버겁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부지런히 움직임에 뿌듯함보다는 답답함을 더 자주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행동’을 강조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먼저 한심하다는 생각이 치고 올라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바삐 움직여야 했다. 한 번의 생각보다 한 번의 행동이, 그 경험이 나의 인생을 더 풍성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무엇이든 행동으로 먼저 옮겨보는 습관은 부정적인 생각을 줄어들게 하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게 했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하고 있고’, 무엇으로 함으로써 ‘생산적’이라고 느끼게 했다. 아웃풋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부지런히 ‘인풋’을 넣었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장작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구해 끊임없이 넣는 것과 같았다.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움직이고 도전했지만, 불안함은 계속됐다.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는 나를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게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나를 지켜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는 건, 쉬어가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행동하는 모습인데, 그게 없어지면 나 자신에게 기댈 수 없어질 것만 같았다. 나 자신에게 기대지 못하면, 타인에게 기대게 되고 결국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의존적인 삶’이 두려워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몰아세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멋진 어른에 대한 정의가 이미 있었다. 자기 중심이 있고, 독립적이며, 자신의 문제와 감정에 대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강하고 성숙한 어른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처받기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도 보였다. 흔들리고 싶지 않고, 남에게 기대기 싫고, 내 문제와 감정으로 약점 잡히기 싫어하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허울뿐인 말뿐인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단단하다는 것을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보여주려고 했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늘 타이트했다. 그 누구도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데, 혼자 무너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주변을 보면, 왠지 모르게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그런 사람들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도, 경청하면서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곧잘 남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먼저 애써서 다가가지 않아도 언제나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사람들에게 영향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갈대와 같았다.  멋진 어른이 되고자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나의 모습과 달리, 그들은 느긋하게 성숙한 어른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내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그리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애쓰고 있는지, 앞으로 잘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려볼 수 있게 됐다.


의존적인 삶을 두려워하는 내게 어쩌면 타인과의 소통과 의지 그리고 유대 관계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건 내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느꼈다. 그동안 ‘행동하는 나’로서만 스스로와 소통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와 소통하며, 나와의 관계에 공간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말은 힘이 없다고 무시했지만, 자신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주거나, 행동하기 싫은 내 마음을 들어준다거나,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말이다. 사람은 본인이 믿는 ‘보호하는 방식’, ‘성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그게 없는 삶을 살아 본 적도, 상상해 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나를 지키려는 방식에서 나의 두려움을 보았고, 무엇이 내게 필요한지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 되고자 애쓰는 자신을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며 오늘 하루도 내게 한 번 더 너그러워지려고 한다.


당신은 당신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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