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만은
모든 것이 단순한 공식에 따라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내 인생은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 같은데.
<타로카드 읽는 카페, 선택의 결과 중에서>
지난회에 이어서 같은 챕터에 나온 내용을 가져왔어요.
여러분은 이런 경험 없나요?
나는 힘들고, 어렵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지만 안되는 걸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너무 쉽게 '그냥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라고 할 때의 기분.
아니면 '일단 하다보면 길이 생길테니까 될때까지 한번 해보는 거야, 화이팅!'이라던가요.
나에게 애정이 없어서, 혹은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충 하는 조언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하는 조언인데, 그게 너무 단순한 거에요.
반대의 경우도 있죠.
아주 세세하고 세밀한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그게 이미 내 과거에서 실패의 경험으로 기록된 것을 다시 읊어주는 경우랄까요?
예를 들어, 내가 아주 기깔나는 제품을 하나 만들었다고 칩시다. 진짜 괜찮은 제품인데, 이것보다 못한 것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는데 아무도 내가 만든 걸 몰라. 친구에게 "야, 이거 진짜 좋은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내가 정말 이거 알리려고 엄청 노력했거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근데도 아무도 몰라줘."라고 말하면 어떤 친구는 "그럴 수도 있지. 가끔은 할 수 있는 걸 다 해도 안될 때가 있어. 그냥 그건 포기하고 다음 제품부터 다시 잘 해보자!"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친구는 "너 인스타에는 올려봤어? 키워드 광고 같은 거 해봤어? 체험단은? 너 유튜브 해? 요즘은 유튜브 안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더라. 유튜브부터 해!"라고 하는 거에요.
그럴 때
"어....그거 지금 창고에 한 1만개 정도 있어서 그냥 포기하면 나 파산이야. 그냥 파산 아니고 빚더미에 올라." 라고 할 수도 없고, "어....10년전부터 나 인스타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스레드도 하고, X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있고 하다못해 카카오 스토리도 아직 있어. 체험단도 매주 돌리고 있고, 리뷰도 좋은데 그 이상 바이럴이 안돼."라고 할 수도 없죠.
그렇게 자세히 대답한들, 그들이 다시 내게 딱 맞는 조언을 찾아낼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들이 나보다 더 고민을 해봤겠습니까, 나보다 더 뭔가를 시도해 봤겠습니까.
보통은 나의 고민, 나의 문제는 매우 뾰족하고,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빠져나갈 틈이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타인의 고민에 대해서는 굉장히 뭉툭하게 생각할 때가 많아요.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봤다는 것을 전제에 두지 않은 비전문적인 조언을 쉽게 건네요. 또 지금의 문제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아무런 제약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음에도 바보 같이 거기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죠.
반면에 스스로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오늘 점심으로는 뭘 먹을지, 점심을 먹고나면 저녁은 또 뭘 먹을지, 왜 이렇게 매일 뭘 먹어야할지 고민이 되는지를 고민하면서 사는 게 지겹고 짜증난다고 해요.
왜 남의 인생만 그렇게 단순해 보일까요?
저는 삶이 온통 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오늘 어떤 운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하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도 하는 거에요. 우연히 불운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면 평생 동안 이루어 왔던 것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기도 하고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오로지 운에 의해서만요.
남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안되는 것 같기도 한 거죠. 운이 좋아서, 아니면 운이 나빠서.
하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 행운에, 혹은 불운에 닿기까지의 서사를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모든 것이 복잡하고, 꼬여있고, 뜻대로 안되는 것 같은 거에요.
이게 운이 안따라 준다고 안 될만한 일이 아닌데,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래도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되는데.....하면서요.
저는 늘 제가 하는 노력에 비해 운이 많이 따르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는데 왜 나에게는 그 노력만큼의 결과가 따르지 않는 걸까 하고요.
처음에는 억울했고, 사실 지금도 어떨 땐 억울함이 더 크게 느껴져요. 내가 얻은 것들에 대해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모르면서 "그거 금방 하잖아." , "너한텐 그거 어려운 거 아니잖아"라고 쉽게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화도 많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눈에 나의 디테일한 삶은 생략된 채로 결과적인 행운만 보이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의 삶에도 똑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떠올리려고 하고요.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그치지 않은 행운의 빛을 타고 태어난 이가.
그러나 나는 아니고,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닐 겁니다. 우리가 지금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 하는 누군가도 아마 아닐 거에요. 모두에게는 상처가 있고, 여전히 아물지 못해 한번씩 아파하는 순간이 있을 거고, 내가 평온히 잠든 어느 날 밤 그는 그것 때문에 잠못들고 밤을 샐 거에요.
슬프지만, 그게 인생 같습니다.
대신 오늘의 점메추 하나 하고 갈게요.
라멘 어떻습니까?
아니면......부대찌개!
둘 다 제가 좋아하는 메뉴에요.
아, 맞다.
여러분 저 지난 주에 창비 출판사에 가서 유튜브 컨텐츠를 하나 찍고 왔어요.
저는 책홍보를 하고 싶었으나 이 책의 제목이 타로카드 읽는 카페인 탓에 타로카드 점을 봐주는 컨텐츠였습니다.
사실 저 타로 잘 못보거든요...;;
하지만 담당자 분들이 우쭈쭈 우쭈주 잘한다 해주셔서 신나게 찍고 왔어요.
주제는 <2025 하반기 연애운>입니다. ㅎㅎㅎ
다양한 질문으로 여러번 뽑았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가서 구경 해 보셔요!
잘 맞는다면? 복채는 책으로 받겠습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