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아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픈 이 마음을 아는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애를 키우는 건지 애가 나를 키우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바로 애한테 매달릴 때죠.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매달리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경우인 거 같아요. 어릴 적 그 예쁜 말, 예쁜 표정 한 번만 더 해줘, 더 해줘, 제발 그만두지 말아 줘.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 보고 있어도 언제 이렇게 자랐지? 싶게 쑥쑥 자랍니다. 기특할 때도 있지만 얄밉거나 서운 할 때도 많아요. 나를 향해 사랑의 빔을 발사하던 그 순진무구 했던 눈빛은 어느새 깐죽거림과 귀찮음이 드리워져 있을 때가 있고요. 청정구역이 따로 없던 미소는 TV나 핸드폰을 향할 때가 늘어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투도 변해요.
"옴마, 옴마, 따랑해. OO이는 엄마를 이따만큼 따랑해."
하던 아이들의 말투는 어느새,
"왜? 뭐? 어? 아니. 안 해...."
이렇게 달라져있는 걸 발견하곤 해요.
이 과정 속에서 애가 닳는 건 엄마뿐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언니, 언제부턴가 얘가 내 말에 대답할 때 응~ 안 그러고 어. 이런다. 너무 서운해."
전 단박에 그 마음이 이해됐어요. 다정했던 응~ 이란 대답이 사라지는 자리에 남자 아우라 풍기는 어. 가 자리 잡는 걸 발견한 그 기분. 우유를 먹으면 우유 냄새가 나고 딸기를 먹으면 딸기 냄새가 나는 내 아들이, 볼때기에 솜털이 아직도 송송송 나있는 줄 알았던 내 아들이, 남자 말투로 변해가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충격!
네. 결코 작지 않아요.
지인의 서운하다는 말을 듣고 집에 와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손도 어느새 쑥 자라서 블록 조립은 나보다 더 잘하게 되었구나 싶었어요. 힘도 세져서 엄마 이 블록 빼줘, 끼워줘 하는 것도 확 줄었더라고요.
"아들. 안 크고 지금 그대로 있으면 안 돼?"
뒤통수에 대고 혼잣말처럼 하는 말을 녀석이 듣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내가 안 크면 좋겠어?"
대답 대신 그냥 하하 웃었어요. 말랑말랑한 지금 이 모습을 오랫동안 직관하고 싶은데 말이죠. 가느다랗고 애교 섞인 목소리와 엄벙덤벙 귀여운 몸짓들이 하나 둘 변해가는 게 아쉬울 따름이에요.
정신 차려야겠어요.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아이는 자라니까요. 잠시 한눈팔았다가는 내가 사랑하는 그 모습들을 추억에서나 뒤져야 할 테니까요.
오늘 밤에도 아이에게 사랑해 사랑해를 속삭이면서 어린 그 모습들을 끄집어내 보려 합니다. 잘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