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산 지 벌써 3N년째다. 해외연수 간다고 반년, 긴 여행 떠난다고 몇 달,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님과 오래 떨어져 산 기억이 없다. 일찍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아주신 부모님 덕에 서울 한복판에서 월세 걱정 없이 엄마가 해준 뜨신 밥 먹으며 자랐다. 나이 들수록 느낀다. 참 큰 복이었다고.
부모님과 산다는 것. 너무 당연했던 이 상황이 3N살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캥거루족’ 같은 단어들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단어의 뜻을 찾아보니 ‘경제적∙정신적으로 자립심이 부족하여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고 한다. 나는 자립심이 부족해서 부모님과 사는 거였나. 버는 것 대비 월세 내며 사는 게 아직은 사치라고 생각한 그 마음이 자립심 부족인 건지. 가장 부족한 건 돈인 것 같은데 여하튼 뭐가 됐든 부족한 나는 지금도 부모님과 산다.
당장 결혼할 각이 보이지 않는 3N살이라면 여기에 또 다른 물음들이 더해진다. 당연했던 일들을 나는 자꾸 설명해야 한다. 어느 집단에서든 소수가 되면 피곤하다.
그런데 사실 가장 곤란한 건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나는 오래전부터 독립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했다. 취향도, 가치관도, 더러움의 기준도 모두 제각각인 몸이 다 큰 어른들이 한 집에서 산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우리 엄마의 말마따나 ‘예민한’ 나 같은 인간에게는 더더욱. 그러니 꼭 독립하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들이 나에게 얼마나 다행 중 불행인지!
그렇다면 불행에 집중하기보단 다행인 상황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자립심보다 돈이 더 부족한 나라는 인간은 돈만 생기면 이 집에서 나가려고 할 테니, 어쩌면 이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원하지 않을 부모님과 살 부대끼며 보내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소중해졌다. 이 집안에 가득한, 나의 취향과 정반대인 모든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