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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Nov 12. 2019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33]

#또 다른 선택과 시작 <고군분투! 예고에서 인문대 가기>

2학년 여름,

포항 여행하던 중에

녀석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역마살과 여행 의지-포항]


영화전공을 뒤로하고

인문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겨울부터 정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엄마 마음에서는

늦은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하는 믿음이

시소놀이를 시작했다




방송 쪽 공부를 하려면

녀석이 선택해야 할 전공은

언론 정보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인데

인문계에서는 경쟁률도 높고

성적도 가장 좋아야 하는 학과들이


워낙 대학 문턱들은 높고

예고에서 인문계 입시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

좀 더 수월한 전공을 택해서 간 후

부전공을 병행하든지

아카데미 등을 이용해 따로 공부할 수도 있을 텐데

결국 녀석은 녀석답게 전공법을 선택했다


녀석을 아끼는 전공 선생님께서는

등급이 좋은 편이니

수시로 교과전형을 권하셨지만

녀석이 원하는 학교들 중엔

예고를 제외시킨 대학들이 많았


하향 지원으로 교과전형을 써서 합격을 하면

정시로는 지원조차 할 수 없으니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겨울방학부터

방과 후 입시 수업을 통해

영화 연출 실기시험과 면접 준비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번 기수는 열여섯 명 중에

녀석을 포함한 여섯은 따로 외부 입시를 준비하고

열명은 학교에서 준비를 하게 되었다


영화 연출 역시 각 대학마다 경쟁률이 높고

실기 준비가 결코 쉽지 않지만

당연히 부모 입장에선 학교에 맡기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고

아이들도 한 길만 보고 가면 되니까

선생님을 믿고 불안함을 조금은 덜 수 있는데


왜 녀석은 이런 어려운 선택을 하려는 걸까

2년 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노력한 성과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면서

높은 산 앞에 선 것처럼 한없이 막막해졌다




녀석의 선택은 수시 학종(학생부종합)과 정시였다

교과전형을 넣을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안전하게 가보자는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녀석은 실패하더라도

일단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수시전형을 넣고

수시에서 결과가 없으면 정시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도전하려는 녀석의 마음이 기특했고

그 의지가 고마웠지만

수시도 정시도 너무나 험난할 것이 자명했다


예고의 학생부는 일반고나 특목고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하다

전공수업과 방과 후 수업에 집중되어 있어서

봉사시간도 동아리 활동도 독서량도

미리부터 준비할 생각이 아닌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고

또 준비하려고 했더라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없으니 혼자 준비하자면 당연히 어려워진다

교내 대회도 전공과 관련된 것들이고

교과 수업은 기본에 충실하니 탐구활동이 부족하다

워낙 행사도 공연도 많은 학교다보니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기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정보가 부족하고

따라서 일반적인 학생부종합이나 정시 입시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이런 것들을 알고 나니

1년만 아니 6개월만 빨리 결정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이제 와서 학생부를 채우는 일도 어렵고

짧은 기간에 수능 준비를 해서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마음에서는 포기하자고 말하고 싶었고

주변에서도 다들 녀석에게 영화전공을 권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녀석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녀석의 외롭고 두려운 싸움은 3학년 3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여기서 어떤 것이 최선일지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조금이라도 덜 외롭도록

내 힘이 닿는 한 정보를 찾고 전략을 짜는데

조력자가 되어주기로 결정했다


물론, 강하게 녀석을 설득해서

생각을 바꾸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공예를 선택했던 그때에도

대학을 선택하는 지금도

너무 아이 의견에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녀석의 결정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성적에 맞추어 상황에 맞추어 대학에 갔다가도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반수, 재수를 하거나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녀석의 인생의 큰 선택이었다

내키지 않는 길로 방향을 잡아주었다가는

내내 녀석도 나도 맘이 편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서공예에 보내고 나서 2년간 보았던

녀석의 밝은 미소 하나면

내겐 그걸로 충분했다

비싼 학비와 영화를 통해 얻었던 성과들도

녀석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고교시절이라면

기꺼이 치를 수 있는 값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녀석의 결정을 응원할 것이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고

어쩌면 더 긴 시간을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가는 녀석 뒤에서

힘들면 달려와 안길 수 있는

엄마가 되어줄 생각이다


녀석이 <실패하는 다큐멘터리>에서 말한 것처럼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빛나는 청춘이니까!


글ㆍkossam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brunchxeg/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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