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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Nov 12. 2019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32]

좋아하는 거 맞지?


열아홉 녀석은 아직 연애경험이 없다

물론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아차! 6살 녀석의 귀여운 왕자님이 있었다

차분하게 앉아서 녀석이 하자는 놀이를 해주던 아이

조잘조잘 떠드는 녀석에게 "응", "그래~" 해주던 아이

녀석은 망설임 없이 그 아이의 손을 잡았더랬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는 내내 녀석은

유독 남자아이들에게 날을 세우곤 했다


아이들의 연애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요즘

고백을 받거나 남자 친구를 데려오지는 않을까

기대에 부풀기도 했었고

정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찌 대처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쿨한 엄마, 멋진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나의 온갖 고민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고에 간 녀석은 비주얼이 좋은 친구들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에 비해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여자 친구, 남자 친구 할 것 없이 두루 친하게 지내며

즐겁게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첫 짝꿍이 다정하게 대해줘도

여자 친구가 있다며 선을 그었고

외모보다 인성을 먼저 보는 녀석이었다

어느새 이리 컸나 대견하기도 했고

조금은 아이답지 않은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신입생 환영 공연 때 보고 반한 한 선배에게

한동안 마음도 쓰고 설레었던 녀석

그러나 그저 먼발치에서였다

그게 녀석의 첫사랑이 었을까

아련했던 나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녀석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누구도 모르게 가슴앓이도 해보고

밤새 베갯잇도 적셔보고

살면서 그런 짝사랑 한 번쯤

가슴에 품어도 좋지 않을까




2학년 여름 워크숍 이후,

녀석에게도 남사친이 하나 생겼다

물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더러 있었지만

자주 전화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그런 친구였다


덜렁거리는 녀석을 오빠처럼 의젓하게 챙겨주기도 하고

가끔은 자신의 아픈 속내를 서로 털어놓기도 하면서

편한 친구가 된 모양이었다


예의도 바르고 열심히 노력하는 녀석이라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몇 번 물었지만

녀석은 한사코 아니라고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큰소리쳤다


사실 그 녀석을 좋아하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내내 녀석의 마음을 복잡하게 했을까

이전에 여자 친구가 몇 명 있었다는 걸 알아서

내심 조심스러웠을까

분명 설레기도 하고 끌리기도 했을 텐데

녀석은 여전히 친구로 선을 긋고 있었다


요즘은 워낙 무서운 세상이라

차라리 없는 것도 좋겠다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랑을 할 때의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기분을

느껴보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너무 슬픈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열아홉 청춘!

급할 건 하나 없는 일이고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녀석은 가끔 내가 모태솔로라 놀리면

귀엽게 발끈하지만

나는 머지않아 시작될 녀석의 사랑을 함께 꿈꾼다


또 그 사랑이 행복이든 아픔이든

예쁘게 간직할 추억이 되길

응원하고 기도할 것이다



글ㆍ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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