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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식물이 주는 생각보다 큰 힘

인생의 사계절을 버티는 힘


  어두운 터널안에 갇혀 끝이 보지이 않은 출구만 찾던 나의 삶은, 어느날 만난 자연이 주는 시원한 바람에 이제야 숨쉬는 법을 깨닳은 듯 숨 쉴 수 있게 되었고, 초록이 주는 안정감에 위로받았다. 초록이 주는 위로는 너무 따듯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랑에 빠진 나의 모든 시간과 정신은 모두 식물들의 것이였다. 


어느 날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지인이 나에게 어쩜 그렇게 식물을 잘 키우냐며 본인은 식물을 좋아하나 들이기만 하면 식물을 죽이는 자칭 ‘식물 킬러’라고 하소연을 했다. '식물 킬러'들은 정말 식물을 죽이는 사람들일까? 나는 자칭 ‘식물 킬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진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말도하지 못하고 한자리만 지키는 작은 생명을 죽일까 봐 못 들이는 사람들. 그런 자신들을 스스로가 ‘식물 킬러’라고 한다. 나에겐 '식물킬러'란 식물의 생명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마음 따듯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물 킬러'들에게 나는 우선 키우기 쉽고, 새순을 잘 올리기도하는 '테이블야자'를 보통 추천하는데, 화분에서 키워도 되나 수경 방식으로 물에서 키워도 되고, 최소한의 빛으로도 잘 자라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천하는 두번째 식물은 '몬스테라' 라는 식물인데, '테이블야자'와 같은 이유로 잘 추천하는 식물이다. 몬스테라는 사실 쉽게 보기 힘든 식물이었으나 이국적이고 특이한 잎 모양으로 인테리어 식물로 각광받으며 우리나라에 몇 년 사이 인기종으로 급상승하여 이제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었다.


수경으로 재배하는 테이블야자 (사진, 식재: 나)



아름다운 몬스테라의 잎 모양 (사진: 나)




아래 잎에 빛을 나눠주기 위해 찢어진 잎으로 성장하는 몬스테라 (사진: 나)



사실 몬스테라는 슬프게도 희생의 아이콘이다. 몬스테라는 잎이 커지면서 중간중간 구멍이 나며 잎에 찢어지는 게 특징인데, 이는 음지에서 자라는 몬스테라 특성상 잎이 큰 몬스테라의 새 잎 때문에 아래 잎들이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할까 봐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빛을 받지 못하는 잎들을 위해 희생하는 몬스테라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몬스테라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조금은 겹쳐 보였는지 나는 몬스테라를 볼때마다 참 기특하며 대견하다


또 한 번은 평생 실내에서만 자란 레몬나무가 실외 옥상으로 새로운 자리를 잡으며 심한 몸살을 겪었다. 처음 느껴본 꽃샘추위와 강한 바람에 온몸의 잎을 다 떨어뜨리고, 윗가지들을 말렸다. 적응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였다. 겉모습은 누가 봐도 죽은 나뭇가지였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 모두가 레몬 나무를 보고 죽었다고 했다.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론상으로 절대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나는 저 정도로 식물이 쉽게 죽지 않는 걸 안다. 책에서 나오는 이론들은 직접 경험한 경험들을 이길 수 없다. 이미 정해진 답만 알려주는 책의 이론들은 때론 큰 도움이 되나, 가끔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에 방해만 될 뿐이다.


나는 모두가 죽었다고 하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레몬나무에게 매일 물을 주라고했다. 가끔은 힘이 나게 영양제도 주라고 했다. 나의 예상대로 죽은 나뭇가지처럼 보였던 레몬나무는 조그마한 새싹을 보이더니, 작년 실내에서만 자라던 때 보다 더 튼튼하고 굵은 목대를 세우며 두껍고 광택이 나는 잎이 빼곡하게 생겼다. 결국은 믿음과 관심이다. 레몬나무가 죽지 않았다는 믿음과 매일 물을 주는 관심. 식물과 사람이 살아가는, 아니 살 수 있게하는 원동력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난 레몬 나무는 이번 겨울을 잘 보내면 내년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풍성하게 레몬이 열릴만한 나무가 될 것이다.


갑자기 거친 환경에 홀로 떨어져 잎이 다 떨어지고 모두가 죽었다고 말했던 레몬나무는, 이제 누가 봐도 탐나고 건강한 레몬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올 꽃샘 추위와 어떤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매년 튼실한 열매만 맺을 일만 남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수 많은 종류의 식물들을 키워보았다. 같은 식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 그들만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새 잎을 내며 꾸준하게 살아간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식도 배운다. 우리의 삶은 식물들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우리는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그 안에서 새싹을 틔우고, 새 잎을 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이 사계절을 버티며 울기도 하고, 위로를 받고, 용기도 얻는다. 


결국 나는, 식물에게 받았던 위로를 그 누군가도 받을 수 있길바라며, 어리석고 불안정한 나를 누구보다 강하게 키워준 식물들의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사실 아직도 못한 식물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 나의 (전)옥상 한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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