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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식물을 선물한다는 것

우리 같이 행복해요

나는 원래 선물 및 나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외동으로 자라서 '내 것'과 '네 것' 이 확실했고,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었다. 모든 부분에서, 누구에게나.


 식물을 키우고 좋아하다 보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고,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그럼 또 자연스럽게 식물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럼 나는 상대의 성격이나 언급했던 식물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에 맞추어 식물을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 알고 보니 식물을 선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받는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아무 식물이나 주지 않을 것이다. 환경에 맞지 않는 식물을 선물했다가 금방 죽어버리거나 아파버린다면 내가 선물했던 상대는 그로 인해 슬퍼할 테니까. 그래서 식물을 선물 받는 상대의 생활 패턴 및 성격도 중요하고, 집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식물을 둘 자리가 없거나, 정 식물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의 사람이라면 내가 직접 키운 허브를 선물한다. 대형으로 자란 유칼립투스를 가지치기하여 다발로 선물하거나, 직접 씨앗을 심어 재배한 바질이나 로즈마리를 수확하여 비닐봉지에 꽁꽁 싸 선물한다.


결국 허브가 주는 향기로운 상쾌함에 상대는 잠시라도 웃는다. 나는 그 여유와 기쁨이 좋다.

작년 여름 비 오는 날 수확 한 피나타 라벤더


나는 이 '마음'을 식물이 나에게 가르쳐준 고마운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에서 느끼는 나의 기쁨. 식물을 선물하며 나는 꼭 사람들이 내가 식물을 키우며 느꼈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행복함을 느꼈으면 한다. 그 경험과 기쁨이 이제 앞으로  어떤 길을 지나가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할 것이다.


 앞만 보고 걸어가던 도로 한복판 길가 옆에는 사실 꽃도 심어져 있고, 무심코 지나가던 골목골목 집 앞에는 집주인들이 스티로폼에 심어놓은 파나, 상추 같은 채소들도 보일 것이다. 봄이 오면 겨울 내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조그마한 새싹이 나는 것도 보이고, 가을이 되면 여름 내내 푸르렀던 나뭇잎들이 새로운 색으로 변하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 기계 같던 삶에 초록이 들어오며, 여유가 생긴다.


내가 식물을 선물하는 건 단지 한가지 이유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웃었으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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