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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식물이 느리게 자라는 이유

Revised on Oct 24, 2021

식물의 성장과 함께 가드너는 같이 성장한다. 내가 가진 소중한 식물에서 새 잎 하나만 꿈틀거리더라도 식물의 주인은 자신의 돌보는 소중한 생명이 틔워낸 새로운 성장을 보며 진심으로 웃음 짓는다.


일주일에 잎을 한 장씩 올리는 식물이 있는 반면에, 어떤 식물들은 몇 달 동안 죽은 듯이 꿈쩍을 안 한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새 잎을 나올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섭게 빨린 자란다는 식물 중 하나인 몬스테라는 이상하게도 나에게로 온 후 몇 달째 성장을 멈추었다.


몬스테라는 열대지역의 식물이라 우리나라의 봄부터 여름까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장마기간에는 높은 습도에 신이 나 자고 일어나면 매일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몬스테라는 대표적인 음지식물이기도 해서 빛이 없이도 잘 자라 실내 인테리어 식물로 근 몇 년간 가장 사랑받는 식물이다.



국내 원예 농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알보 몬스테라의 모습


이런 몬스테라들이 한창 성장할 여름이 되자, 몬스테라를 키우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새 잎을 내고, 멋지게 뻗어나가는 자신의 몬스테라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내가 보아도 탐스럽고 아름다워 질투가 났다. 


이 와중에 나의 몬스테라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고, 다름 사람들과 다르게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초조했다. 동남아와 비슷하게 습한 환경을 좋아하여 매일 분무를 해주고, 관엽식물에 좋다는 영양제도 아낌없이 줘본다. 이러한 노력에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의 몬스테라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나는 실망하고 좌절했다. 


이렇게 몬스테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가진 다른 식물들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줄 수밖에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떤 식물은 이미 나 몰래 새순을 틔웠고, 자리가 없어 저 구석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필로덴드론 버킨은 목이 마르다며 잎을 말리고 있었다. 마른 줄기를 정리해 주고, 먼지가 쌓인 잎을 닦아 주자 그 어떤 모습보다 반짝인다. 나는 남들과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몬스테라가 나와 같이 보였던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하였던 것일까?  



나 몰래 정말 아름다운 새 잎을 내 준 필로덴드론 버킨 (출처: 나)


그렇게 남들과 다른 나의 몬스테라의 성장에 대한 불안을 버리고 다시 가드너의 자리로 돌아와 꾸준하게 물을 주고, 환기를 해주고, 빛을 쐬어주니 나도 모르는 사이 몬스테라에서 작고 작은 새 순이 올라와있었다. 


나의 몬스테라도 보이지 않는 흙속에서 튼튼한 뿌리를 퍼트리고, 그와 동시에 열심히 새 잎을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나는 어리석게도 남들의 몬스테라와 같은 속도로 새 잎을 내주지 않는다고 안달내고 재촉했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게 쳐다보는 나의 눈빛과 비교의 소리는 귀가 없는 몬스테라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나의 몬스테라의 새 순을 막고 있던 건 나의 걱정이었다. 나의 숨 막히는 근심과 걱정은 묵묵히 자신의 성장속도로 자라고 있던 몬스테라의 성장의 방해물만 되었을 뿐이다.


결국 나는 남들과 다르게 성장하고 있던 몬스테라였으며, 어두운 흙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뿌리였고, 마침내 싹 틔울 누구보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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