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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

따스함이 전해지는 손으로 만든 물건들

by 연어사리

가장 나다운 것을 결정해야 한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어떤 것으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둘 중에 하나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사람을 정의 내릴 수 없다. 민물과 바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음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어느 한 곳에 속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기준으로 모천을 기억하고 되돌아온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해낸다.


바느질을 언제부터 했는지, 무엇을 만들어내고 완성하는 과정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더듬더듬 기억을 찾아가 보면 아주 어릴 적이었던 것 같다. 과거의 쪼꼬만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손에 무언가를 쥐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초등학교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접했고 어릴 때부터 바느질을 했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와 한 것이 추억을 실현하고 기억 깊숙한 곳의 꿈을 펼치는 것이라면 나는 연어의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문 열기 전, 제일 먼저 간판 불을 켠다.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핸드폰에서 조작이 가능한 상태로 연결해 놨기에

손님이 오기로 예약된 날은 간판의 불을 먼저 켠다. 오늘도 작업실을 느지막하게 열고 환기를 시키며 문을 열어둔 채로 정리 중이었다.

불 꺼진 시장 골목, 한때는 참 복잡한 거리였는데 지금은 곱고 점잖은 부인이 남편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다가 상점으로 들어온다.

"문이 열려있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데 이렇게 예쁜 물건이 많아요?"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한다. 이곳은 소규모 교육도 진행하고 주문 들어오는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기에 필요에 따라 문 여는 시간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관심과 구체적인 질문이 오가면 명함을 한 장 건네준다. 부인은 들어올 때처럼 나갈 때도 점잖게 웃으며 남편과 가던 길을 간다.

쓸쓸한 듯 하지만 불 꺼진 거리가 운치 있어 외롭지 않다.


comiccon-2224525_1280.jpg tunechick83, 출처 Pixabay

저녁 7시 정각.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분이 도착했다.

2개월 차 컴퓨터 스터디를 진행 중인 그분은 오늘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면서 고마움의 온기를 설명해준다.


'구례현상점'은 시장 입구에 있는 스팀펑크의 세계 같다.

디지털적인 컴퓨터와 아날로그 방식의 직접 만드는 물건들이 함께 한다. 둘이 어떻게 함께 할까 싶지만 굉장히 잘 어울린다. 수학의 정밀한 계산으로 재단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복사와 수정을 반복하고 연어가 만들어낸다.


석 달 가까이 단편소설 공모전을 준비했다.

1년 넘게 글쓰기 공부를 해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연어'이면서 '연어 사리'이기도 한 자아.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간에 선 중간계의 새로운 생물체 같다.


무엇 하나도 완벽하지 않은 것 같은 현실의 결과물이 하나의 브랜드 안에 다양한 제품들처럼 자리 잡아간다. 무엇하나 할 수 없을 거 같았던 지나간 기억들이 필모그래피가 되어간다.

생각한 것을 하나씩 이루고 완성해간다.

나는 창작가이다.


'구례현상점'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창작의 꿈을 가진 연어가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시작이었고 구례현상점에는 무엇을 채우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천천히 따라오면 재미난 구경거리가 많다.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소개를 하고 사라진다.

Good Night.



브런치에서 활동을 꿈꾸고 준비했지만 생각지 못한 날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승인한 날부터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갑자기 일정을 살짝 미루면서 써놓은 글들을 수정해 업로드했습니다. 덕분에 1주일 만에 브런치북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업로드 이후 또 한주가 채워지고 있습니다.

기획했던 이야기의 두 번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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