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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주는 사랑의 느낌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감동이 없다.

by 연어사리

문자가 왔다.

"쌤, 지나가는 길에 선물 창틀에 올려두고 가요."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구례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다. 나이차는 5살 정도 나지만 티격태격 미운 정이 들었었는지 회사를 그만두고도 끊어지지 않고 교류를 했었다. 작년 11월, 삭막하기 짝이 없는 구례현상점에서 치킨도 나누어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었다.

그때 했던 이야기 들 중에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었다.

두 번째 스무 살을 앞두고 있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누군가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친구.

그 친구가 두 달 전 연락하더니 결혼을 한다고 했다.

얼마나 반갑고 놀라웠던지. 생각한 것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녀의 지식이 참 좋았다.

배움이라는 것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부러웠다.

그녀는 내가 기특하다고 했다.

그녀의 표현은 나를 항상 흥분하게 했었다. 문학적으로 많이 배운 그녀는 표현 하나하나가 별거 없는 듯, 툭! 세심하고 미묘했다. 나는 그래서 정말 밉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나 보다.

그녀와 다투기도 많이 했었는데 미운 정이 들었던 것일까.

아마 그녀도 그러했으려나.

우리는 여전히 연락한다. 결혼식에 가지 못할 뻔했지만 간절하면 다 된다고 했던가. 아들과 남편까지 이끌고 결혼식에 가서 그녀 얼굴을 보고 사진도 찍고 왔다. 우리를 보고 울먹이던 그녀. 왜 나도 같이 눈물이 났었던 걸까. 우리는 그렇게 친하지도 그렇게 멀지도 않은 남남인데.


한동안 바빴고 봄과 여름 연락하지 못한 사이에 가을이 되었다.

어느 멋진 가을, 11월에 그녀는 아름다운 신부가 되었다.

그녀의 바지런한 어머님의 정성과 그녀의 마음이 담긴 자그마한 답례품을 들고 왔다.

시간이 없어서 만나고 가진 못하지만 상점 창문 틈에 물건을 올려놓고 간다고 문자를 했다.


아마도 그렇게 놀라게 해 주고 싶었나 보다.

가끔씩 그녀의 세심함에 정을 느낀다.

나를 꼭 챙기지 않아도 됐을 텐데, 나한테까지 올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녀와 나의 접점인 회사는 없어졌다. 나와 그녀는 비슷한 시기에 퇴사했다. 이제 그녀와 나의 접점은 구례현상점이다.

그녀는 선물가게를 운영한다는 나에게 선물을 두고 갔다.

KakaoTalk_20221116_095153864_01.jpg 그녀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귤 쌍화차와 결혼 답례품

상점을 운영하면서 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목표와 주변의 사랑으로 한 발자국 뒤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도 그러했다.

선물은 작아도 상관없고 대단하고 멋지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감정이 담긴 선물이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안에 소소한 추억과 갈래갈래 양념이 된 기억이 김장배추처럼 포기 포기 섞여야 한다. 그것이 처음 생각했던 선물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기혼의 여자들이 모이면 하는 말들이 있다.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

아직까지는 기혼 여자들은 가족들의 밥을 차리는 것이 최우선의 업무이다.

나 역시 그런 남편과 살고 있다.

그가 왜 그렇게 내가 한 밥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한 밥은 대체로 싱겁고 몸이 귀찮아졌을 때는 대충 만들어서 창의적인 음식이 되기도 하는데 그걸 꼭 먹겠다고 밥상을 차리도록 박박 우긴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가끔은 나보다 음식을 더 잘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왜!! 내가 차린 밥에 집착을 하는 것인가.


KakaoTalk_20221116_095153864.jpg 구례현상점 근처에 있는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구이정식집

상점 인근에 남편이 좋아하는 밥집이 있다.

생선구이 정식만 파는 집이다. 가격은 절대 만만치 않지만 가격만 보지 말고 그 반찬의 맛과 구성을 봐야 한다. 그 구성은 나물반찬만 20가지가 넘고 짭조름하고 잘 구워진 생선에 뭉글한 청국장. 밥을 다 먹고 나면 호박식혜가 나온다. 먹는 동안 행복하다. 골고루 먹는 나물반찬이 좋아서였을까? 밥 먹는 동안 들려오는 티격태격, 주인장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 덕분이었을까.

어떤 이는 그 둘의 대화 내용에 식당이 당장 망하지 않을까, 밥 먹다가 무슨 일이 나지 않을까 싶지만 과격한 듯, 그들의 대화는 솔직한 감정이 섞여 있다. 솔직한 감정은 재료에 대한 자부심을 대변하는 것 같아 따뜻한 감정이 든다. 방문하는 이가 누구든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이가 한 음식이라면 당연히 맛있을 테다.

식당 방문이 처음이 아니기에 그들의 대화가 무엇인지 솔깃했다가도 다시 먹는 것에 열중한다.

열중해서 먹고 또 먹고, 더 먹고 싶지만 충분히 눈과 입이 호강했다. 인위적이지 않은 단호박 식혜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맛있는 음식의 조건이 무언인지 생각해본다. 배가 불러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고 포만감이 곧 행복함이라는 생각을 확신해주는 때도 있다. 단순히 포만감만을 위한 것이라면 한 가지 음식만으로 배를 채우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정을 교류하고 싶다. 음식에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랑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 한다.

'선물'이라는 사치보다 '물건을 갖는다'라는 의미보다 더 큰 감정이 섞인 그런 것을 바라고 있다.


지난 1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상점의 미래에 대해서도 앞으로 해야 할 사업과 방향에 대해서도 조금 더 구체적인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고민해서 만들긴 했으나 실상은 살아가는 것에 많은 방향을 맞춰왔다. 이제 앞으로 2년은 현재의 위치에서 지속할 것인지 다른 곳에서 지속할 것인지를 고민 중이다.

사랑이 담긴 선물을, 그 감정이 담긴 느낌.

그것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 또한 만드는 내가 바라는 소원을 정해야겠다.




3주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고 또 주변에 많은 분들과 교류를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한동안 몸 건강에도 신경 쓰는 일정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내년 봄에는 사랑스러운 인형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소품도 많이 만들고 싶네요.

다가오는 2023년, 설렘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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