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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고리(KeyRing)를 만들고 있어요.

열쇠고리를 만드는 이유

by 연어사리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느낌이 좋다.

하릴없는 무한한 따스함만 있다면 너무 밋밋했다.

따스함과 대비되는 차가움이 공존한다면 매력적인 선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쇠가 필요할 때가 있다.

반대로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열쇠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서 열쇠고리(키링)가 좋았나 보다.

이제는 열쇠가 필요 없는데, 열쇠가 없는 열쇠고리(Key Ring)에 집착한다.

귀엽고 예쁜 열쇠고리에 열광한다. 도대체 열쇠도 없는 열쇠고리에 왜 빠져드는 것인지.

열쇠는 없어도 열쇠고리 자체는 사랑스럽고 갖고 싶은 열망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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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개인을 향한 물질주의로 달려갈수록 사람들은 본질이 빠진 남은 것들에 집착하는 것 같다. 열쇠가 없는 열쇠고리를 포함해 인형이 필요가 없는 나이에도 인형에 열광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시간이 없는 어른인데도 장난감을 사서 모은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


요즘 만들고 있는 열쇠고리는 레이스와 곰돌이가 달려있다.

열쇠가 있는 사람에겐 열쇠고리의 역할을 하겠지만 열쇠가 없는 사람에겐 가방 끝에 달고 다니는 장식용이 될 것이다. 장식용이라도 좋다. 누군가에게 설레는 선물이 된다면 좋다.

레이스와 곰돌이, 레이스도 좋고 곰돌이도 좋다. 곰돌이는 테디베어 모양이 참 좋다.

테디베어는 190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미국)이 사냥중에 새끼곰을 살려줬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테디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애칭이었고 그 뒤로 테디베어는 아이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테디베어는 많은 인기를 받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고 이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은 물건에도 의미를 두고 싶었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하나하나에 생각을 남겨둔다.

사람의 마음을 보호해주는 열쇠고리에 곰돌이가 달려있다면, 당신의 가는 길이 꽃길처럼 화려하고 아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리본과 레이스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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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는 약 30센티 정도에 화려하거나 눈에 띄거나, 당신의 가방에서 장식되고 당신의 비밀을 지켜줄 열쇠고리. 요즘 만드는 디자인은 이렇게 생겼다.

가끔 자수로 로고를 바느질하거나 글자를 한 땀 한 땀 넣어보기도 한다.

구례현상점의 연어를 바느질로 만들기도 한다.

따스한 마음을 가진 열쇠고리.


열쇠고리에 생명이 있다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들려주려나.

"내가 널 지켜줄게."

온기를 기억하는 뇌는 마음대로 열쇠고리의 마음을 정의 내린다.


열쇠고리는 판매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례현상점을 방문했거나 또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도 함께 간다.

연어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멈추지 않는 열정을 보여줄 때도 같이 간다.

작은 포장 안에 연어의 명함과 함께 열쇠고리가 포장된다.

받는 이가 웃는다.

"어머, 저 이런 거 너무 좋아해요."

연어도 웃는다.


내년 봄에는 레이스 원단에 패치워크 방법으로 장식된 열쇠고리를 만들어보려 한다.

추운 겨울, 울퉁불퉁해진 마음을 이어서 봄날의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스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



구상이 현실로 완성되었을 때 괴리감을 줄이는 중입니다.

생각한 것이 완제품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것이 생각한 그대로 일 때가 참 뿌듯합니다.

아직은 소심합니다.

사람들의 반응과 기획한 것이 잘 맞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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