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이 좋아요.
냉장고가 귀했던 시절에는 모든 물건들이 소중했다. 제철 음식으로 만들어진 밥상, 냉장보관보다는 상온 보관으로 밥상 위에서 밥 때를 기다렸던 음식들.
파리도 흔했고 벌레도 흔했다. 밥때를 기다리는 음식들을 보호하기 위한 그릇에 맞는 뚜껑은 없었다. 커다란 보자기나 수건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들로 음식을 덮어 놓았었다.
그런 감성이 생각이 난다. 짝이 맞지 않는 젓가락과 스텐과 양은그릇들, 하얀 도자기 그릇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남자 어른들의 밥상 위에 그 쓸모가 맞았던 그런 것들.
간식으로 놓인 고구마와 감자, 그 위를 덮어서 보관했던 천 쪼가리.
조각보나 삼베로 만들어진 천들은 귀한 것이었다.
요즘에도 비싸고 귀한 감성이다.
7살의 어린 눈으로 보았던 기억, 40이 넘은 머릿속에는 자투리 조각보처럼 얽혀 추억으로 생각난다. 추운 아랫목에서 손발을 녹일 때면 유행처럼 집집마다 있었던 빨간색의 커다란 꽃이 그려진 담요. 촌스럽다는 생각보다는 무거움과 부드러운 촉감을 기억한다.
동생의 기저귀는 광목을 잘라서 아기 몸에 맞게 접어서 사용했었고 햇살 좋은 아침과 낮이면 기저귀 천들이 마당에 빨랫줄에 널어져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방 안에서 말렸었다.
일회용품이 흔하지 않았기에 개인 물건들이 필요했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에는 개인 손수건이 필수품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는 아마도 최소 40대 언저리일 것이다.
촌스럽다고 생각됐던 꽃무늬, 불편해 보였던 광목.
이제는 손수건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처음엔 단면으로 올이 지저분한 곳만을 바느질로 마감해 정사각형으로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꽤 운치 있어서 장식처럼 프린터 위에 먼지 앉지 말라고 펼쳐놓았다. 남는 것은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물건들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밖에 나가 물건을 펼칠 때는 테이블 위에 포인트로 올려놓았다.
이제는 양면으로 다양한 사이즈로 만든다.
50cm 정사각형의 에티켓용 무릎덮개, 30cm*30cm의 휴대용 손수건, 11cm*11cm의 티 매트까지. 양면으로 만드는 재미가 좋다.
단면은 비밀이 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양면은 단조로움도 커버하고 포근함까지 갖췄다.
만들고 보니 손수건의 쓰임새를 어떻게 알려야 하나 고민이 된다.
사람들이 필요함을 느끼는 물건일까?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물건이지 어떤 타깃에게 홍보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는 않는다.
단지 적극적인 홍보를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내가 필요하다 느끼면 사람들도 분명히 그러하게 생각할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나의 소심함이 적절한 상황을 못 찾고 있다는 것뿐이다.
가방 안에 손수건이 없다면
구례현상점으로 문의하세요.
취향대로 만들어 드릴게요.
누가 말한 것처럼 좀 뻔뻔해져야 할 것 같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물건들이니깐.
가방 안에 손수건 한 장.
버려지지 않는 촉감으로 가방 안에서 나만을 기다리는 따뜻함.
손수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