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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그림이 곰인형이 되다.

인형 패턴부터 바느질까지

by 연어사리

하나부터 열까지 다하고 싶다는 것은 병적인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음이다.

상상한 것의 결과물은 느리고 제풀에 꺾여 멈추기도 쉽다.


인형 패턴을 검색하면 다양한 패턴들이 나온다.

"검색해서 대충 맞는 거 찾아서 만들어. 바쁜데 시간 낭비하지 마."

누군가가 했던 말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만드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런 쓸데없는 짓은 사업가가 아니라고 했다. 사업가적인 마인드라면 이미 누군가가 사용했던 패턴을 조금 보정해서 사용하라고 할 테다.

사업가가 되고 싶지만 그런 사업가는 되고 싶지 않다.

창작에는 어디까지나 고유의 결핍과 애정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것을 허락도 없이 사용하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안성맞춤.

바라는 바가 딱히 거창하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너의 취향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안성맞춤'의 결과물.

미묘한 선에 따라서, 색에 따라서 달라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름이 다른 인형들. 기존에 있는 것을 사용하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나이 차이 나는 사촌언니의 옷을 물려 입은 것처럼 비죽비죽 어색하기만 하다.


메모지에 연필을 이용해 손그림을 그려본다. 15cm 자를 이용해 좌우대칭과 상하 길이를 맞춰가며 패턴을 맞춰서 그린다. 손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묻어 난다.

말투는 까칠까칠하지만 그림과 연필 선에서는 동글동글함이 묻어난다.

손그림을 인형 패턴으로 만들고 가위로 오리고 다시 원단에 그려서 자른다.

완성된 곰인형은 딱 봐도 연어의 취향이다.

동글 거리면서도 투박하고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늘 바라는 바가 모두 갖춰져 있다.


소재에 따라서 처음 패턴의 느낌대로 완성되기도 하고 재단의 시접에 따라서 변화의 폭이 크다.

삐뚜룸빼뚜룸. 그것조차도 좋다. 구름 솜을 가득 넣어서 이렇게 저렇게 모양을 잡는 것도 재밌다. 원하는 배불뚝이가 안 나오면 속상하기도 하다.

곰인형의 완성은 배가 볼록해야만 한다.

평면이 입체가 되면서 곰돌이들이 홀쭉해졌다. 어떡하지?


커플 곰인형은 아니다. 성별도 사실 모른다. 색상과 패턴이 나의 취향일 뿐이다.

처음 구상은 펠트로 완성할 생각이었지만 만들다 보니 꽃무늬의 파스텔 원단이 잘 어울릴 거 같았다. 키링으로도 잘 어울리고 커다란 애착 인형으로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곰인형들의 키는 10센티이다.

직접 만든 패턴은 가장 큰 장점은 사이즈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고 소재나 콘셉트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다. 곰인형의 앞발은 만들면서 생략했지만 꼬리와 앞발이 꼭 필요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사랑스러운데 더 필요할까.


패턴을 원단에 그려 넣으며 바느질로 완성하면서, 선물 받는 이가 사랑을 느끼기 바란다.

마음이 담겨 있다면 선물로 인해 마음이 포근해질 테다. 인형이 아니라 마음을 선물해주고 싶다.

인형 안에도 마음(Heart)이 있음을 느끼게 하고 싶다.


쓸데없는 완벽함이 더디고 지치게 한다.

그러나 마음을 버린 채로 마음을 담을 수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다시 시작하고 과정에 갖게 된 그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더딘 어리석음이 세상과 반대되는 것이라도 연어는 도전하고 싶다.

차가운 쇠로 만들어진 자동차도 오랫동안 함께하면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처럼, 인형에게 마음을 담아주고 싶다.



오후부터 내린 비로 촉촉해지고 마음도 여유를 갖게 됩니다.

오늘은 친구와 통화하며 마음을 나누며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 심장과 심장이 대화를 하듯 멀리 있어도 스마트폰에서도 친구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포근한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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