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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북 파우치 made in 구례현상점

내가 명품이다.

by 연어사리

지인이며 수강생이며 거래처 사장님인 언니.

구례현상점으로 차 한잔 하러 왔다가 노트와 다이어리 커버로 사용 중인 펠트 북커버를 보더니,

"있으면 좋겠다. 나도 하나 만들어줘."


구례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소개가 아닌 순수한 스스로의 친화력으로만 사귀게 된, 언제나 편안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다가오는 언니.

고마움은 항상 가득하지만 막상 제대로 전달한 적 없는 것 같지만 속 편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맥주 한 잔과 책 이야기를 밤새 할 수 있고 믹스커피를 맛있게 잘 타주는 언니.


친언니가 없어서 그럴까.

'언니'라는 말에는 기대고 싶어 진다.

늘 고마웠고 동생이 아니라 고마움을 먼저 표현해야 했으나 연어를 만나면 하나라도 더 나누어 주고 싶어 하는 언니.

지나고 보니 언니에게 받은 것이 참 많다.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전했었던가.

하기는 했던 것 같은데.


언니를 마지막 만난 것이 9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각자 바빠서, 그리고 처음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만들어주기로 주문받고 결제까지 완료했으나 마감일이 정해지지 않아서 바쁜 거 하다 보니 미뤄진.

10월이 지나가며 미안함이 가득해졌다.

그러나 또다시 서로 바빠서 만남을 미뤄지고 재단만 완료된 채 마무리가 되지 않았었다.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그랬다. 언니도 나도 서로 너무 편한 걸까. 아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서로 바쁜 것을 이해하는 입장이기에 재촉하지 않았고 서두르지 않았다.

결제까지 완료된 것을 마무리가 미뤄지다니 결제가 안된 일들은 재촉도 많이 하는데 서로 참 느긋하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비상식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KakaoTalk_Photo_2022-12-18-19-40-02 003.jpeg 펠트로 만든 B5북커버

'마무리 마무리 마무리...... 도대체 언제 할래?'

연어에게 다그쳐봐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무엇을 더 채근하겠는가.

B5노트도 보관하고 소설책들도 보관할 용도로 만들어진 B5북커버.

생각해보니 언니에겐 메모지 보관 팁도 있어야겠다.

펠트 소재의 장점은 칼로 그어서 구멍을 뚫어도 올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용된 펠트는 보풀 방지가 추가된 펠트이다.

몇 년 동안 사용해 봤지만 색깔도 소재도 보풀도 생기지 않아 장점이 많았다.


펠트는 올 풀림이 없다. 바느질에서 시접 마무리로 인한 시간 단축과 바느질의 편리함, 여러 면에서 편리한 소재이다. 단점이라면 재단할 때 날리는 양모 가루와 무늬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펠트로 완성품을 만들 때 바느질의 간격은 일정한 게 예쁘다.

재단 역시 올바른 것이 좋다. 원단의 끝이 단정하지 못하면 바느질을 잘해도 눈에 거슬린다.

KakaoTalk_Photo_2022-12-18-19-40-01 002.jpeg 펠트로 만든 B5북커버

언니가 원한 것은 이미 완성되었으나 하나를 더 해주고 싶었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사실 언니에게 필요한 것은 서류 보관함일 텐데.

완성 시간을 장담할 수 없어서 미리 말하지 못했었다.

늦은 마감 완성. 언제 줘야 할까. 연락해야 하는데 또 잊었네.

메신저를 보니 언니의 생일이다.

생각지도 않게 본인을 위한 생일 선물이 되어 버렸다.


KakaoTalk_Photo_2022-12-18-19-40-01 001.jpeg 펠트로 만든 명품 북 파우치

'그냥 두 개 다 주자.'

생일날 연락하지 못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바로 연락하지 못하고 조금 있다가 연락해야지 하다가 하루를 넘겨버렸다.


"언니 바빠? 어디야?"

언니와 연락 후 약속 장소를 정했다.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 한 권을 북커버에 넣었다. 북커버는 겨자색과 비슷한 노란색이 포인트인 북 파우치 안에 넣어서 언니의 작업실로 가져갔다.


"어머나, 이게 머야?"

언니의 눈은 행복해 보인다.

북 파우치를 열고 북커버를 열어 보였다.

북 파우치 틈새 숨은 기능도 알려주었다.

"여기에 서류 구겨지지 않게 넣을 수 있어."

"이거 너무 좋다."


내가 명품이면 내가 가진 거는 다 명품이야.


예전에 맥주 한잔하면서 친구들과 허세처럼 했던 말,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 명품이 별거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기에 잘 사용하면 그게 명품이지.

언니에게 마음만은 명품으로, 아니 직접 구상하고 디자인하고 만들어 낸 하나뿐인 언니를 위한 명품.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언니에게 해를 넘기지 않고 배달 완료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요.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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