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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말랭 Feb 24. 2024

조용히 있고 가만히 있고 싶은데 불안한 병.

태생이 내향인인데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언제부턴가 번뜩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방에 조용히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고요히 글만 쓰고 싶은데 이렇게 글만 쓰면 누가 날 알아줄까 싶었던 것입니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해도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글뿐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도 그랬습니다. 그저 묵묵히 하자고요. 그럼 뭐라도 되겠지 하고요.


그러나 이제는 책 하나 내어 봤고 글도 어느정도 눈에 들어온답시고 나와 같은 입장의 작가들이 보이는 겁니다. 그들은 조용히 글만 쓰고 있지 않더라고요. 공동 작가도 참여하고, 여러 곳에서 활동도 하고 SNS에 소식도 올리고 다방면으로 열심히 뛰고 있더라고요. SNS가 생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필하기 시작했죠. 그건 좋은데 저도 해야하나 싶더라고요. 가만히 있고 싶은데 진짜 가마니가 될 것 같다는 느낌에 저도 참여할 곳이 없나 핸드폰을 쥐고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렸습니다. 그런데요. 이 불안함은 샤워하고 나니 곧 가시더라고요.


물론 나를 어필하면서 나의 글 좀 봐주세요, 같이 공유해요, 하며 손을 흘들어보이는 작가분들도 많지만 저처럼 조용히 글만 쓰면서 있는 사람들 없을까요? 그들도 저처럼 덤덤히, 묵묵히,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며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건 비단 작가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경우죠. 당연히 "나 여기 있어!" 하며 손을 흔들면 잘 보이겠죠. 그러나 "나 저기 있을게." 하면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바보라서 가만히 있을까요.


왜 그러고 있는지 저는 이해가 가요. 고유한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누군가와 공동으로 하고싶기보다는 나만의 개성을 더 지키고 싶고 그걸 간직하고 싶은 거고요. 남들과 엮기기 싫은 것도 이유 중 하나겠습니다. 나의 일만 하고 나의 작품만 만들면 되는 걸 다른 사람과 함께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요즘 사람들 똑똑해서 가만히 있어도 뭐 하나 잘하면 기막히게 잘 찾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위기감도 있었는데 역시 글이 답인가 봅니다. 글을 쓰니 이렇게 마음의 평화가 와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병이 오면 다시 글을 써야겠어요. 물론 평소에도 꾸준히 쓸 거지만요.


조용히 있으면서 내 할 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고합니다. 그렇게 있으셔도 된다고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갈 필요 없다고요. 내가 갈 길은 내가 만드는 겁니다. 고유한 사람 한 명, 한 명이 곧 개성이잖아요. 그거 하나 안 좋아해주는 사람 없을까요? 묵묵히 일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저도 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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