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하기 싫고, 운동도 하기 싫고, 씻기도 싫고, 밥도 먹기 귀찮으면 다 하지 말아 보세요. 정말 무기력이 나를 꽁꽁 싸매고 놔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있어보세요. 당신은 지친 겁니다. 지겹고 고문 같았던 회사에 사표 던지고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휴대폰만 보다가 자다가 해보세요. 침대 위가 최고라는 말이 있잖아요.
모아 놓은 돈으로 근근히 버티면서 계속 집에 있으세요.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하셔도 좋은데 아마 이 정도까지 실행에 옮기셨다면 나가지도 못하실 거예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꽤 오랜 기간 있었습니다. 일명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집에 밥이 있으면 대충 먹었는데 그마저도 먹지 않았어요. 입맛도 없고 삶에 의욕도 없어서 침대에 누워 잠만 잤습니다. 평균 18시간을 잤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눈 뜨고 싶지 않아서 과수면을 했습니다.
세상이 버거웠고 사람이 무서웠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하는 것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일 년도 넘게 잠만 잤습니다. 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어요. 한 번은 엄마가 방문을 확 열더니 말했습니다.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어디 아파?"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다소 격양된 목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나 살기가 힘들어. 딱히 대단한 걸 한 거도 아니고 열심히 산 것도 아닌데 세상이 버겁기만 해. 내가 온 지구를 등에 업고 있는 것만 같아."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렇게 잠만 자던 나날들이 흐르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가만있어 봐. 나는 지금 바닥인데. 잃을 게 없는 삶 아닌가? 바닥까지 기어봤으니 도움닫기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거예요.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내가 나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노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적었습니다. 음식이든, 물건이든, 노래든, 행위든, 뭐든 적었습니다. 싫어하는 것도 적었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도 적어보았습니다. 나의 성격도 적었어요. 나의 장점과 단점. 그러니 점점 내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싶었습니다. 먼저 밥을 먹는 것부터요. 밥도 제때 먹지 않아 장이 꼬였는지 제때 식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속을 달래고, 가능하면 좋아하는 밤에 집에서 나와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짧게 짧게 했습니다. 자주는 못해도 내킬 때마다 해요. 좋아하는 노래나 무료 전자책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이제 사회에 좀 나가볼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였는데 마침 아르바이트 공고에 지나가다 자주 보던 편의점에서 구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은 아주 작은 소형 편의점이어서 일 할 것도 없겠다 싶더라고요. 밑져야 본전이니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력서를 넣고 전화를 달라는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전화는 안 한 지 꽤 돼서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과의 통화라니요. 그래도 대면 대화는 아니니 두 눈 질끈 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라네요. 또다시 용기를 내 짧은 면접을 봤습니다. 사장 인상도 좋고 매장 역시 작아서 할 일도 없어 보이는데 딱 제가 하면 좋겠더라고요. 다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어서 사장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일하러 오라고요.
여기서부터 저의 아르바이트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 다 회사 다닐 때요. 그래도 저는 그마저도 소중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경험이었고요. 그걸 계기로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가며 번 돈으로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웠습니다.
삶에 진절머리가 날 때, 겨우 사는 것 같을 때 과감히 쉬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전합니다. 저는 완전히 맛이 가서 대책 없이 저렇게 허송세월을 보냈는데요. 각자의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에 응답해 주세요. 그리고 내 밑바닥을 직접 한 번 찍어보세요. 밑바닥을 찍어본 사람은 이제 도약밖에 없거든요. 이제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는 그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쉬어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