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말랭 Mar 16. 2024

잠 못 드는 밤엔 꼭 가난을 탓하고

나이가 들 수록 깊은 밤이 찾아오는 매일 밤마다 떠안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 지난날 의사에게 잠을 좀 더 푹 자고 싶다며 약을 처방받았다. 전보다 잠은 잘 자는 것 같은데 깨기가 영 쉽지 않다.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계절. 누군가 그랬지. 한 해 중 진짜 시작은 봄부터라고. 봄이 오면 꼭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봄바람이 살랑 스칠 때마다 오묘한 감정이 든다. 봄밤은 여전히 나를 집어삼킨다. 요즘은 가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점점 자기연민에 빠져 눈물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삐죽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글을 계속 쓰고 싶지만 슬프게도 예술가들은 작품 하나로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모두가 직장은 없어도 직업은 있고 무언가를 계속하며 하고 싶은 것을 이어나간다. 글을 쓰고 싶은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깊이 고민하게 된다. 지난 일 년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또 뭘 할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장점이 몇 개 있지만 그중 하나를 특기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누구나 못난 구석은 있다. 그러나 장점도 있지 않은가. 다들 그 장점을 기회삼아 살아가는 것 아닌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타고난 것, 잘 난 것을 이용해 부업을 삼을 수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걱정이 덜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렇다. 예전부터 부캐(부캐릭터)라고 불리며 그 능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지 않았나. 이제 N잡 시대이고  한 가지로 밥 벌어먹고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고 부캐를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부캐를 가지기로 했다. 마음먹고 바로 실행했다. 아직 돈벌이가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생활에 도움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분야도 시간을 들여 더 능력을 키워가면 되지 않을까.


푸르스름한 새벽, 치열히 생각해 낸 결과다. 삶을 살면서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인생 어떻게 알겠나. 이렇게 하다가 또 다른 업을 삼게 될지도. 요즘 부캐로 인해 글을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다. 너무 걱정만 하지 말자. 길은 어디든 있다고 하지 않나. 내가 만든 길은 결국 이어져 한 곳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나는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하는 바다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란 얘기다.


이전 11화 나를 가늠하기 위해 깊이 잠수해 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