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모든 것들을 초기화시키고 지금 이 상태에서 다시 아가 시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나요. 어려운 질문인 것 같네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은 건가 싶기도 하고요.
저는 항상 이 질문에 아니오라 답합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요. 한 번 인간이 되어본 저는 낡을 대로 낡고 지칠 대로 지쳐서 인간 세계는 발을 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그냥 무의 상태로 있고 싶지만 반드시, 꼭 되어야만 한다면 돌로 살아보고 싶어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 돌. 발에 체이고 뒹굴러 다녀도 괜찮은 돌. 생명과 생각이 없는 상태의 것이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어떤 것이 되고 싶기도 해요. 이를 테면 꽃 같은 거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데 삶이 고달플 때는 잠깐 바라보는 게 위안이 되기도 하잖아요. 나무도 그렇고요. 전 자연이 되고 싶은가 봐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속 시끄러울 땐 비우는 게 최고라고 지금 시간이 잘 시간인데 갑자기 일어나서 청소하고 버리고 또 비울 게 없는지 찾고 있습니다. 뭐가 저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가만히 못 있게 만드는 걸까요.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몸부림 같기도 합니다. 저 취업해야 되거든요. 자격증도 접수해 뒀고요. 심란한 가봐요. 이게 참 다 티가 난다니까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봅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든 풀 수 있어서 좋네요. 오늘도 잠을 줄이고 비워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자연이 좋아요. 꽃 사진을 봐야겠어요. 아까 찍어둔 게 있거든요.
모두 어떤 일이 있어도 원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푸시길 바라요. 그리고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고 꿋꿋이 나아가시길 바라요. 의심하지도 말고요. 그렇게 하루를 살아봅시다. 하루하루에 충실하면 뭐라도 돼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