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나는 걸어 다니는 본체였을 뿐. 뒤늦게 안 사실은 나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또 미래의 계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스타의 웃고 있는 사진도 거의 가짜. 하루 혹은 며칠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놓은 곳이니까. 나도 모르게 웃고 있거나 좋은 것만 올려놓으려 하더라. 속은 새까만데. 우리는 어쩌다 지구에 태어났고 그러므로 행복하고 싶어 한다. 그게 좋은 거니까. 그러나 세상은 거칠고 단호해서 그런 행복을 쉬이 주지 않는다. 어쩌면 고통받기 위해 사는 존재일지도.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지구에서 아주 조그마한 생명체에 불과하니까 그냥 이 지구를 느끼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마음 편히 그 감정을 바라보고 지나치라고. 우린 아주 조그마한 존재니까. 그 말을 이렇게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마음은 편했다. 꼭 필요한 것만 손에 쥐고 나머지는 흐르듯이 놓아주는 삶을 사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안 되는 거 억지로 잡지도 말고 남들 말 믿지도 말고 새겨듣지도 말고. 귀 막고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 어쩌면 현명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