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행복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살았네. 사는 데 따로 방법은 없고 저마다의 길이 있다는 걸 알았네. 살다 보면 두 발로 자유롭게 걷고 있는 것 같지만 어째 닭장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는 것도 같네. 누가 보면 난 자유로운 사람이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줄 모르고.
지난날 진짜 행복은 잠깐인 줄 알면서 즐길 줄 모르고 행복한 척하며 살았네. 지금은 그 잠깐의 행복이 올 때 찰나를 즐기며 소소하게 마음속에 담고 있네. 그때를 그리워하며 또 괴로워하고 있네.
사는 것이 하도 답답하여 어디론가 떠나볼 생각을 해도 난 진작 알았네. 내가 어디를 가든 이 답답함이 해소되거나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란 걸. 항상 모든 것은 나로서 비롯되는 것이니 나 자신을 다스리고 또 다스려야 하네. 내 기분에 맞춰 살지 말고 오늘의 내 기분을 결정하고 하루를 사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네. 알다가도 모를 내 비위 맞추며 살다가는 제 명줄대로 살지 못할까 싶어.
어디론가 가되 출구를 찾아야 하네. 빠져나갈 길 없는 길은 길이 아닌 미로가 되네. 항상 바삐 걸어가다가도 혹은 그냥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조건 없이 날 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네. 그 출구는 꼭 만들어두어야 하네. 미로에서 헤매지 않도록 기도하네. 훗날에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