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왔던 그대여.

by 알레프


내게 왔던 그대여
따뜻한 온기로
차가운 내 계절 끝에
손을 쥐어 준 사람

청량한 맑은 하늘로
숨 막힌 밤을 밀어내고
땡볕 쉬어가는 그늘로
나를 데려온 사람


내게 왔던 그대여
어떻게 나를 찾았나요
소리 없이 가만 가만히
가슴 문을 열어 놓고

우르르꽝 번진 놀라움으로
온몸이 떨리던 그날
내게 왔던 그대여
이젠 내가 걸어갈게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보던 나에게
먼지 쌓인 내 이름을
다정히 불러준 사람

비켜서던 발걸음을
살며시 붙잡아 주고
젖어 있던 마음들을
햇살 쪽으로 돌리던 손


내게 왔던 그대여
어떻게 나를 알았나요
소리 없이 가만 가만히
숨결마저 닮아 가고

우르르꽝 쏟아진 기쁨으로
세상이 달라 보이던 날
내게 왔던 그대여
이제 나도 그대가 될게요


혹시 내가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되면
그늘 되어 서 있을게
땡볕 같은 하루 끝에

갑자기 비가 와도
겁내지 말아요
처음 그대가 그랬듯
내가 먼저 다가갈게


내게 왔던 그대여
처음 그날을 기억하나요
소리 없이 가만 가만히
두 손을 포개던 우리

우르르꽝 쏟아진 고백들이
이제로 머물 수 있다면
내게 왔던 그대여
영원토록 내게 머물러요

내게 와요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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