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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좋은 마음
07화
비둘기야, 미안해.
일상의 깨달음
by
밝을 여름
May 14. 2021
"저기 봐 봐, 오리
두
마리 보인다!"
"또 저기 봐 봐, 색깔이 엄청 독특하고 예쁜 새네?"
"이 꽃은 색이 파란색이야. 정말 특이하다~"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선, 딸과 함께 탄천길을 걸었다. 오래간만에 나온 산책이라 그런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해 주었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파란 하늘도 바라보고 흐르는 물도 쳐다보면서 오래간만에 마음을 정화시켰다.
그렇게 기분 좋게 따뜻한 봄을
만끽하고 있는데,
유모차 옆으로 비둘기 두 마리가 지나갔다.
난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거렸고
재빨리 비둘기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호들갑 떨며 자연을 예찬하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 없던 우리 집 둘째가 갑자기 비둘기를 보며 인사했다.
"새야, 안녕!"
"...... 어.. 어.. 비둘기네.. 안녕."
나도 얼떨결에 어색한 인사를 해버렸다.
그리고는 딸과 함께 비둘기를 한참 쳐다봤다.
흔하고,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비둘기가 하찮은 존재는 아닐 텐데, 왜 그동안 비둘기한테는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고 피하기만 했을까.
백로, 이름 모를 작은 새들한테는
날아가는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으면서, 내 옆에 바로 보이는 비둘기는 왜 지나쳤을까.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비둘기는
보지도 않은 채 지나치려고 했던 내 모습과 반면에 비둘기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던 딸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모든 것을 편견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딸과는 반대로 그동안 익숙해져 있는 자연보다는 그 속에서도 자꾸만 특별한 것만 찾으려고 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나는 자연에서 자꾸만 뭘 찾으려고 한 걸까.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왜 계속해서 새롭고 특별하고 희귀한 것만 찾으려고 했을까.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이 좋은 자연이 있는데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연과 더 가까운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자고 남편에게 여러 번 얘기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근처에 산도 있고,
물도
있고, 자연이 있는데, 가까이에 있는 건 쳐다보지 않고, 왜 난 늘 원하는 걸 멀리에서만 찾으려고 했는지
.
내가 가진 것, 내게 주어진 것, 이미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고 늘 생각했는데, 오늘 비둘기를 보면서, 딸이 비둘기에게 인사를 건네는 걸 보면서 그동안 헛공부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작 깨달음 책 몇 권 읽고선 무슨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행동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오늘 산책을 통해 다시 한번 내가 가진 것, 이미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인간은 100세도 살기 힘든 데,
올해도
어김없이
콘크리트 틈 사이를 비집고 활짝 핀 노란 민들레,
또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500년을 살고 있는 우리 동네 보호수의 강한
생명력을 보면서
자연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keyword
일상
자연
감사
Brunch Book
좋은 생각, 좋은 마음
05
오늘도 배운다.
06
어머니! 오늘 제 마음은 진심입니다.
07
비둘기야, 미안해.
08
당연한 것은 없다.
09
내가 뭐라고. 그 누구도 남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좋은 생각, 좋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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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마음으로 볼 때만 모든 것이 잘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생텍쥐페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상의 소중함, 깨달음에 대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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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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