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 레시피는?

내 삶에 대한 예의

by 공감의 기술


"인생에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떻게 요리하느냐는 나에게 달렸다."


외교관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함께 온 미국인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땅에서 철장 없는 감옥 신세로 살아갑니다. '먹는 것'을 무엇보다 사랑한 그녀는 외로운 시간에 불평 대신에 요리를 합니다. 외국 생활에서 요리할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프랑스 명문 요리 학원을 다니죠.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키는 전설적인 세프가 됩니다.

영화 줄리 & 줄리아의 스토리입니다.

오래전 영화인데요, 우연찮게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의 인생 반전 스토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의 대사처럼 '내가 가진 재료들로 나만의 인생 레시피를 만든다면?"하고 말입니다.




요리를 만들려면 우선 재료가 있어야죠. 신선함의 차이일 뿐 우리가 늘 먹는 재료들입니다. 일류 세프가 요리를 한다고 지구 상에 없는 재료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보여주려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죠. 엄청 비싼 고가의 재료, 주변에 구하기 힘든 재료라면 그림의 떡일 거고,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을 테니까요.


요리 레시피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다양한 재료를 가꾼 이들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요, 맛있는 레시피 비법이라며 알려주는 사람도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맛있다고 소문난 이미 검증된 레시피 그대로 여기선 이렇게, 이번엔 저렇게,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니 한결 수월합니다. 가르쳐주는 대로 하니 역시나 내가 하던 것보다 나아요. 그럼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사는 것도 누가 이렇게 딱딱 정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싶어요.


가끔은 유명 세프의 레시피대로 열심히 따라 했지만 기대와 달리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서 잘못 꼬였는지, 뭘 빠뜨렸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럭저럭 만들어진 요리를 그대로 먹으려다 내 방식대로 재료를 넣고 양념을 바꾸는 색다른 시도도 해봅니다. 뭐 어때요. 내가 먹을 건데요.


군침이 절로 도는 빛깔과 냄새로 뜨거운 호응을 기대했지만 맛을 본 순간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역력하네요. 노력한 보람도 없이 되려 미안해집니다. 이번 레시피는 별로라고 생각하며 대충 뚝딱 만들어낸 요리가 기막힌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쓸만한 재료도 별로 없는데 미다스의 손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리 때깔 좋은 재료로 어찌 이리 맛없게 만들 수 있느냐며 지탄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나만의 재료로 나만의 인생 레시피를 만들려면 먼저 뭐부터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우선 나만의 재료는 뭐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재능? 성격? 사람? 돈? 그러고 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재료들입니다. 다만 많고 적음의 차이, 각자 흥미와 관심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여 사랑, 행복 그리고 건강, 성공을 얼마큼 만들어 내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 무슨 레시피를 만들어볼까요?

나만의 인생 레시피를 만들어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수많은 꿈을 꾸었고, 하고 싶었던 야망도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합니다. 오늘 가는 이 길이 맞는지 모르면서 그냥 살아갑니다. 잊었던 꿈도 떠오르고, 후회가 밀려와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지금이라도 후회가 덜한 삶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편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혼자 피는 꽃은 없다고 합니다. 길거리에 피어난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조차 혼자 피어나지 않습니다. 대자연을 품은 땅의 온기가 있어야 하죠. 때가 되면 생명을 지탱해 줄 빗방울이 내려야 하고요. 따뜻한 햇살의 손길, 불어오는 바람의 숨결이 하나의 꽃을 피웁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도 나만의 레시피라고 하지만 혼자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인연을 이어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삶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갑니다.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누군가를 일으켜주며 서로 의지를 하며 추억의 책장을 채워갑니다.


원하는 재료를 넣고 필요한 양념으로 버무리고 제때 기름에 튀깁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맛이 확 달라지기도 합니다.

반면 오랜 숙성이 필요한 요리도 있습니다. 뭐가 만들어질까 늘 궁금하지만 시간이 지나 봐야만 맛을 알게 되는 것처럼 인생도 기다림이 대부분이지 않나요?




요리의 세계가 다양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복잡 미묘한 인생만 하겠습니까? 인생은 다음 장면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을 때가 태반인걸요. 우리 삶이 어디서 어떻게 요리될지는 오직 신만이 아시겠죠.

들어가는 재료와 손맛이 조화를 이뤄 멋진 음식이 탄생하고 가끔 형편없는 음식이 나오는 요리의 세계처럼 세상살이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게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도 가끔은 예상치 못하고 기대하지 않은 조합에서 새롭고 맛있는 요리가 탄생하듯이 스스로 계획한 틀 안에서 갇혀 너무 걱정하거나 안달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삶이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계획도 세우고 대비책도 마련하지만 예측대로 통제되는 건 아니니까요.


각자의 레시피로 살아갑니다. 지구 상에 70억 개가 넘는 레시피는 저마다 삶의 이유와 방향을 찾아갑니다. 앞서가려고 앞다투어 서두르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은 다들 돌고 도는 인생입니다.

이 세상에 나만의 레시피는 단 하나뿐이죠. 그것도 단 한 번에 불과하고요. 그러니 내 삶에 대한 예의만은 지켜주었으면 합니다.


내 삶에 대한 예의, 나에게 가장 행복한 것을 지혜롭게 찾아 즐기면서 사는 삶일 거예요. 그래야 후회가 덜 할 거니까요. 즐기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만들어질 테고요. 누가 압니까? 그러다 전설의 인생 레시피가 탄생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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