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예찬론
이것만 있어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일상생활에 방해받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고요, 수시로 관리해 주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이고 좁은 공간만 있어도 이것은 문제없습니다.
반려 식물 예찬론을 펼치는 친구 녀석이 틈만 나면 입에 거품을 물고 하는 말입니다. 키우기만 해도 급하고 화닥닥하는 제 성격이 누그러질 거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조그만 녀석인데 가장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퇴근하면 언제나 열렬하게 반겨주는 친밀함입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가끔 바깥에 산책만 시켜줘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녀석을 보며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 이 녀석과 장난을 치면서 잊어버리고요. 밀려난 집안 서열의 서러움을 이 녀석이 달래주곤 합니다.
녀석도 나이가 드니 움직이는 게 귀찮은가 봅니다. 장난도 예전 같지 않고요. 나이 들면 잘 삐진다고 하던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반항한다고 일부러 뒤치다꺼리를 만들어 주고요. 혼자 놔두거나 심사가 뒤틀리면 융단 폭격 맞은 집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함께 한 세월 따라 늙어가니 자주 아픕니다. 관절도 아파하고, 자궁에 혹이 생기네요. 아프니 비용도 만만찮게 듭니다. 하긴 기본 먹이에 패드에 간식비도 들고요. 더우면 털도 깎아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수명이 길어야 15년 남짓이니 이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반려견 키우는 정성과 노력은 아이 하나 키우는 것과 맞먹는다라고 하듯 신경 쓸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2019년 통계에서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30%를 넘어 그 수가 614만여 가구라고 합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반려 식물에 대한 관심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이 가진 단점은 하나도 없고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식물을 키우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화단에 식물을 키운다거나 난을 키우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했습니다. 식물을 단순히 키운다기보다는 ‘반려 식물’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쏟아내며 함께 한다는 분위기로 바뀐 게 달라진 점입니다.
반려 식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이 반영된 거라고 합니다.
평소 하는 품행을 볼 때 식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친구 녀석의 반려 식물 예찬론은 계속 이어집니다.
처음에 우연히 받은 선물로 받았는데 키우다 보니 재미가 붙었답니다. 화분들이 나란히 있는 걸 볼 때면 뿌듯하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지금은 반려 식물에 이름도 지어지고 퇴근하면 가장 먼저 들여다볼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면서 그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좋아합니다. 마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하며 토닥토닥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면서 말이죠.
집안의 분위기가 넉넉하게 달라지는 건 덤이라고 하면서 인간관계까지 들먹입니다.
“정말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 식물을 대하듯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안 것 같아. 하루 종일 화분만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내 할 일도 해가면서, 물 주는 것만 잊지 말고 그랬어야 하는데. 나는 아주 화분을 업고 다니려고 했었거든. 나만 좋다고 말이야”
반려 식물이 좋다고 매일 안아줄 수 없습니다. 이쁘다고 옆에 누일 수도 없고요. 잘 자라라고 매일 물을 주면 뿌리가 썩어버립니다. 적당한 무관심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넉넉하게 바라보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얽히고설킨 게 많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게 인간관계입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대했는데 상대는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귀찮아 방치하면 금세 관계가 냉랭하게 식어버립니다. 우리가 받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사람 때문이고 또한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게 인간관계라고 하는가 봅니다.
인간관계는 화분 가꾸기와 닮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리 죽고 못 살았던 사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시들시들해져 버리고, 그저 그런 관계도 정성을 다해 보살피면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너무 가깝게 다가가 부담스럽지 않게, 너무 떨어져 방치하지 않게 적절한 관심을 꾸준히 가지는 관계가 오래 지속됩니다.
끈끈한 인간관계는 어느 날 갑자기 노력한다고 해서 단시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마음을 쓰고 공을 들이며 맺어가야 진정한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더 시들해지기 전에 지금 내 주위의 사람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롭지 않을 만큼의 친밀함을 유지하는 관계, 우리 모두가 서로 '토닥토닥' 해주는 격려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반려 식물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