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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법칙,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by 공감의 기술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거울이 내 이름을 부를 리 절대 없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늘 인상을 찌푸리니?"하고 물으면

혹시 내가 불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느 동물원의 우리 앞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란 팻말이 달려 있습니다. 팻말 앞에선 사람들은 대체 어떤 동물일까 궁금해합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일까? 아니면 전혀 뜻밖의 동물일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우리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놀라지 말아야지' 하며 애써 긴장을 가라앉힙니다.

우리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마치 폭풍 전야처럼 무시무시한 동물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동물은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레 안으로 더 들어갑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우리 안에는 동물이 아닌 거울이 놓여 있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동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었습니다.




거울은 시작이자 설렘입니다.

거울을 보며 데이트의 설렘은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오늘 입고 나갈 옷은 어울리는지, 화장발은 좀 받았는지, 행여 얼굴에, 머리카락에, 옷차림에 티는 없는지 거울 앞을 떠날 줄 모릅니다. 다 되었다 싶으면 한 바퀴 휙 돌기도 하고요, 만나기 1분 전 급히 거울을 꺼내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거울을 봅니다. 첫 출근의 긴장감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면도는 깨끗한지, 머리칼은 단정한지, 화장은 무난한지, 옷차림은 깔끔한지 거울을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나선 심호흡 크게 한번 내쉬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 반복되면 될수록 설렘도 긴장감도 잃어 갑니다. 거울의 존재도 잊어버립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은 보지 않고 누군가의 표정을 살피고 눈치만 보며 살아갑니다.

언제부터인가 표정을 살피고 눈치만 보던 누군가에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합니다.


항상 버럭 고함을 지르는 상사는 집에서 짜증만 부리는 내 모습이고

뭐든 거만하며 무시하는 친구는 한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우쭐대던 내 모습이고요.

자랑만 일삼고 우월감에 빠진 동료는 어릴 적 열등감에 사로잡힌 내 모습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대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소중한 인연을 멋대로 대했던 내 모습이고

주는 것보다는 받기만 좋아하는 인간들은 받은 줄도 모르고 준 것만 기억하는 내 모습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나'는 바뀌지 않으면서 세상 사람들이 바뀌기만 바라며 살아왔기에 그 사람이 ‘나’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인상은 왜 그리 찡그리는지, 마치 세상의 무거운 짐은 혼자 짊어진 마냥 웃음기 하나 없습니다. 불만이 가득 찬 표정으로 늘 시무룩하고요, 초점 잃은 눈동자, 궹한 얼굴에서는 의욕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내가 나를 보는 것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한번 웃어주면 어디가 덧날까요?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하다못해 혼자 웃어도 기분이 나아진다는데 그마저 외면하며 잊고 살았습니다.





거울은 절대 먼저 웃어주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웃어야 따라 웃습니다. 내가 웃어야만 거울 속의 내가 웃듯이 인간관계도 내가 먼저 웃어야 관계가 좋아집니다. 이를 ‘거울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먼저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배려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열립니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듯이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시작입니다.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와주길 바라기만 하면 그 관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저절로 바뀔 리는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나를 바꿀 때만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나도 나를 보며 웃지 않는데 누가 나를 보고 웃어줄까요?'


지금껏 누군가의 얼굴에서 본 표정은 실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의 표정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화가 폭발할 것 같은 얼굴, 시무룩한 표정, 찡그린 인상을 가진 사람에게는 누구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합니다. 모두가 피하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됩니다.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라고 합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도 억지로 웃어 보이는 노력이 버틸 힘을 불러온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라고 합니다. 미소 띤 얼굴이 분위기를 띄웁니다.

잔잔한 미소를 띠면 여유와 따뜻함도 함께 묻어납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면 지을수록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다정다감한 인간으로 변모합니다. 좋은 기운을 받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좋은 일이 생기고요. 그러다 보면 꼬였던 인생도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에 돈들 일은 없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을 거울로 볼 것인가, 이제라도 다정다감한 인간으로 웃고 살아갈 것인가?

너무 편파적인 질문인가요? 그럼에도 선택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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