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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숫자 전성시대, 우리는?

by 공감의 기술

우리는 숫자와 함께 살아갑니다.

한시도 멈추지 않는 일상은 한결같이 숫자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는 시계, 숫자가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분주함이 달라집니다.

성적표에 찍힌 1점의 차이로 등수가 바뀌고 당락이 좌우되고 대학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실적 %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립니다. 성취의 기쁨도, 실패의 낙심도 숫자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깜짝 놀라고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을 보며 상대적 허탈감에 빠집니다. 언제나 제자리인 월급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해도 해도 오르지 않는 아이 성적에 열불이 납니다.

이 모든 건 숫자로 표시되고 숫자 하나하나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안 그래도 숫자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요즈음 날마다 전염병이 하루에 몇 명인지 발표되는 확진자 수 걱정까지 합니다.

단 한시도 숫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숫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숫자에 이런저런 기호까지 붙어있는 수학이 어려웠습니다. 수학 시간만 되면 대부분 어두운 표정이 되고 수업이 진행될수록 멍한 얼굴을 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 없는 수학 시간의 흔한 풍경 아닐까 싶습니다.

'너희들, 수학을 아주 좋아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좋아하든 말든 앞으로는 수의 시대가 올 거니까.'

수학 선생님이 수포자가 되려는 우리에게 한결같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땐 먹고사는 일에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눌 줄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 말씀이 순 뻥으로만 여겼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고 발전할수록 수학은 오히려 그 중요성이 더해갑니다.

수학을 잘하면 사고력이 좋아져 다른 과목도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과를 다녀도 수학을 잘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게 입시 현실입니다. 하다못해 수학만 잘해도 아르바이트 과외를 하기 쉽습니다.

지금 세상에선 '이건 정말 좋은 물건입니다'라고 하는 말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한 달에 비용이 몇십만 원은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사람 마음을 움직입니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예전보다 실적이 50% 이상 향상되었습니다’라며 숫자를 같이 보여주어야 이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뭐든지 숫자를 집어넣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숫자 하나가 더 설득력을 갖는 세상입니다.

수학 선생님의 말씀대로 지금은 수의 시대, 숫자를 모르면 까막눈이나 다름없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 수학은 갈 곳 잃은 인문학까지 받아들입니다. 세상은 수학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매일 발표되는 경제 지표에 따라 나라 살림이 좌우되고 덩달아 우리 살림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달라지고요.

좋든 싫든 매일 숫자와 씨름해야 하고 의견보다는 숫자와 데이터로 말해야 인정을 받습니다.

모든 게 데이터로 쌓이고 숫자와 팩트에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숫자 하나에 울고 웃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의 시대에도 우리는 매일 숫자와 싸웠고 숫자 하나에 따라 운신의 폭이 결정되었습니다.

숫자 하나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합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숫자 전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우리에게 좀 더 참고 견디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좋은 숫자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몇 명이니, 작년보다 실업자 수가 몇 % 늘었다 같은 힘 빠지는 숫자 말고 좋은 숫자들을 더 많이 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지표는 몇십 % 씩 회복되고 확진자가 0이 되는 숫자를 보면 좋겠습니다.




숫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개입해 손대기 시작하고 사람의 욕심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거짓이 생기고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의견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러니 숫자가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읽을 수 있는 눈도 길러야겠고요, 인간의 생각이 들어간 현혹에 속지 않도록 숫자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어릴 때나 나이 든 지금이나 수학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학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 가슴에 새겨 공부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도 생깁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수학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만 아이의 멀뚱멀뚱한 눈망울에 그 옛날 내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요?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지 않은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부전자전인가 봅니다.


숫자에 관심, 나아가 수학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수학 인생 명언 한 마디를 들려줍니다.

"만물에서 숫자를 제거해보라. 그러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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