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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커피에 속고 계십니까?

by 공감의 기술


아침에 눈을 떴지만 잠이 덜 깬 것 같아 비몽사몽입니다. 더 잤으면 싶지만 휴일이 아닌 이상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일어났지만 의식은 몽롱합니다. 몽롱한 이 순간을 단번에 날리는 방법은 진한 커피 한 잔만 한 게 없습니다.


나른한 오후,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일을 마치려면 아직 멀었고 퇴근 시간은 까마득하기만 한데 설상가상 졸음까지 밀려옵니다. 오후의 활력 되찾는 방법 역시 커피 한 잔이 최고죠. 날이 더우면 시원한 아이스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렇게나 좋은 커피는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찾아보니까요, 여러 학설이 있지만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과 염소 이야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에티오피아에 염소를 방목하는 양치기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염소들이 심하게 흥분하여 이리저리 날뛰면서 마구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웬일인가 싶어 며칠 동안 염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입속에 넣고 아작아작 씹는 빨간색 열매를 발견합니다. 그 열매의 맛과 성분이 궁금해진 양치기는 자신도 이 열매를 따서 끓여 마십니다. 그랬더니 피로감이 사라지고 전신에 기운이 솟는 듯한 황홀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소년은 인근에 있는 이슬람 사제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빨간 열매에 잠을 쫓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사제들은 다른 여러 사원으로 전해주며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든 기도든 잠 때문에 고생하는 건 변함이 없는가 봅니다. 이 열매가 바로 커피였으며, 염소의 도움으로 커피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커피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술이 금지된 이슬람 세계에서는 기독교의 와인이라 불린 술의 대체재로 커피가 보급됩니다. 커피는 이슬람의 와인이라며 이슬람 문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음료가 되지만 반면 기독교인들 입장에서는 악마와 같은 이슬람교가 마시는 커피가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고 해서 '악마의 유혹'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커피를 악마의 유혹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악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에 속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잠이 덜 깨인 몽롱함을 없애고 하루를 상쾌하게 열어주는 느낌을 줍니다. 마치 오늘 하루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라고 할까요?

오후의 나른함도 커피 한 잔으로 날려버립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후련함으로 들뜬 기분이 카페인의 효과와 함께 더해집니다.

커피숍에 들어갑니다. 출입문을 여는 순간 가게 전체에 퍼져 있는 커피 향을 맡으면 기분이 차분해집니다. 커피 향이 진할수록 마음이 더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연인과 데이트 시작은 커피와 함께 합니다. 손에 들고 있는 따뜻한 커피 잔에 두근거리는 설렘도 담겨있습니다. 연인이 홀짝홀짝 마시는 모습마저 아름답게 보입니다.

업무에 시달릴 때 들으면 반가운 외침이 있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도 같은 외침을 문자로 보냅니다. “커피 한잔할래?” 기분까지 좋아지는 말입니다.


카페인이 심장을 더 빨리 뛰게 만듭니다. 우리는 그걸 들뜸이나 기대 또는 설렘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악마의 유혹에 나도 모르게 넘어간 것처럼 말이죠.




프랑스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다는 커피.

바쁜 일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는 요즘, 커피가 주는 긍정적인 속임수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소란하지 않고 은은한 즐거움이 처진 어깨를 달래어줍니다. 덩달아 어지러웠던 마음을 눌러주는 안도감과 잠깐의 여유까지. 이런 계열의 속임수라면 얼마든지 괜찮지 않을까요?


설령 오늘도 카페인의 속임수에 영락없이 넘어갔다 하더라도,

커피가 주는 악마의 유혹에 꼼짝없이 걸렸다 해도 꽤 기특한 속임수임에 틀림없습니다. 과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오늘도 악마의 유혹, 한잔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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