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하늘과 파아란 바다를 보노라면 가슴이 넓어지고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빠알간 해는 칠흑 같은 어둠을 이겨낸 늠름함이 느껴집니다.
회색 빛 짙은 구름이 떼를 지어 몰려오면 인상이 찡그러집니다. 조만간 세찬 비바람이 불어닥칠 거니까요.
세상을 삼킬 듯한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찬란한 빛을 내면 희망을 떠올립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나뭇잎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노오란 어린 새싹이 하루가 다르게 연둣빛 잎으로 자랍니다. 여름이면 짙은 초록이 되어 실록을 이루고요, 가을이 되면 빨간 단풍이 울긋불긋 세상을 물들입니다. 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려 세상을 고요하게 합니다.
오늘은 무슨 색 옷을 입을까? 머리는 어떤 색으로 염색을 할까? 물건을 살 때는 어떤 색깔이 더 나을까? 고민을 합니다.
이달의 운세를 보니까 행운의 색깔이 있습니다. 피해야 할 색깔도 있고요. 어떤 띠는 무슨 색이 좋고 어떤 띠는 이런 색은 피하라고 합니다. 운세도 색깔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렇듯 세상도, 일상도, 운세까지 우리는 색깔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우리는 종종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일상에 색깔을 입혀보기도 합니다.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오늘은 어떤 색깔이었나요?"라고 묻는다면 무슨 대답이 나올까요?
"어떤 색깔로 살아가고 싶습니까?"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색깔이 있으신가요?
누구는 초록, 그린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그린그린 한 하루, 상큼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치면서 말이죠.
어떤 이는 오늘 아침이 베이비 블루라고 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 잔잔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꿈꿔 봅니다.
붉은색의 기운을 받아 정열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늘 하루는 회색이라고 푸념하는 이도 있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 몸을 움츠렸더니 온몸이 쑤시고 찌뿌둥하다고 하네요.
누구는 푸른빛 하늘처럼 경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일상에 찌들고 지쳐 짙은 블루, 우울에 빠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한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는 전 세계의 색과 관련된 이슈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서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하는데요. 2021년 올해의 컬러는 안정감을 주는 회색과 긍정을 담은 밝은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회색과 노랑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라고 합니다.
노랑은 명랑한 반짝임입니다. 생기가 넘치는 따뜻한 색으로 희망을 상징하고 위로하는 색상입니다.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인류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회색은 해변의 자갈처럼 평온함이 있습니다. 변덕 없이 견고할 수 있는 요소를 상징해서 안정, 탄력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그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암울한 시대에 희망을’이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신뢰감과 조화의 파란색, 사랑과 정열의 빨간색, 희망과 밝음의 노란색, 치유와 건강의 초록색, 평화와 새로움의 하얀색, 창의성과 상상력의 보라색, 긍정과 따뜻함의 주황색, 매력과 예의의 분홍색. 이외에도 수많은 색깔의 세계가 존재합니다. 같은 색깔이라도 진함과 연함이 있고요, 그에 따른 상징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색채의 세계가 일상의 강박, 기쁨 그리고 고통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에는 개인적 선호, 경험, 문화적 차이와도 연관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색깔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어떤 색깔로 살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시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하얀색이라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까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고 답합니다.
처음엔 의아스럽게 받아들였는데 듣고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예전부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전부라 믿었기에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는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가족들 아픈 데 없이 건강하고, 하는 일 그저 무탈 없이 잘되고 항상 별일 없게끔 조심하라는 게 어른들이 하시는 덕담이었습니다.
어쩌면 별일 없이 지나간다는 게 큰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자체가 사실 행복일 수 있다는 걸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별일 있는 게 고통스럽기도, 별일 없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고 있으니 말입니다.
올해의 컬러로 선정된 노랑과 회색을 다시 바라봅니다.
우리의 시선이 닿는 옷, 가구, 액세서리를 비롯한 각종 제품들에 담긴 노랑과 회색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그 기운이 모두의 마음에도 가득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색이 칠해졌으면 좋을까요? 이번 한 주는요?
한 번뿐인 인생에는 어떤 색으로 채우고 싶으신가요?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인생을 그려나갑니다. 멋진 그림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