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시간을 견뎌낸 바위처럼

오늘도 꿋꿋하게.

by 공감의 기술

정상을 향해 가파른 산길을 걷습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갑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나무, 풀, 새들뿐만 아니라 돌들도 참 많습니다. 한두 사람 겨우 지날만한 비좁은 산행길 양옆으로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서 있습니다. 제각각의 모양으로 깊숙이 땅에 박힌 돌길을 걷고요, 돌들이 간격을 지어 만들어진 돌계단을 힘겹게 밟고 오릅니다.


그러다 산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길 한편에 누군가 쌓아 올린 돌무더기가 여러 개 모여 있는 걸 보기도 합니다. 조그만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 작은 돌탑을 이루고 있습니다.




잠시도 쉴 틈 없고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경쟁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러니 정직하게 노력하라고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결과만 인정하고 결과로 판단할 뿐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도 대입시험에 떨어지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좋고 능력 있다고 칭찬받아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조직에서는 무능력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치열한 경쟁에 치이고 성과주의에 지친 누군가가 자조 섞인 말을 합니다.

"다음 생에는 돌로 태어나고 싶다. 흔들리지 않아도 되고 절망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바위이고 싶다"라고요.

거친 세파를 이겨내고픈 어떤 이는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고 노래합니다.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고, 절망에 굴하지 않는 바위처럼 살고 싶다고 합니다.


돌탑을 이루고 있는 작은 돌멩이, 모진 비바람에 끄덕하지 않는 바위, 이보다 훨씬 큰 집채만 한 암석까지 이 모두를 돌이라고 부릅니다.

이리저리 굴려 다니는 돌, 여기저기 채이는 돌, 별생각 없이 강물에 풍덩 던지는 돌.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이 돌들도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 데나 그저 생긴 게 아니라 불에 의해서, 물과 바람에 의해서. 그리고 압력에 의해서 말입니다.


어떤 돌은 화산에 담겨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불에서 단련을 거칩니다.

또 어떤 돌은 거친 폭풍우에 부서지고 모진 비바람에 날린 조각들이 층층이 쌓여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고요.

또 다른 돌은 깜깜한 땅속 깊은 어둠 속에서 어마어마한 무게에 짓눌려야만 탄생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게 돌입니다. 이 말인즉슨 돌도 그냥 되는 게 아니고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바위처럼'의 노래 가사같이 바위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세파에 흔들리는 일도 없으니 기쁨과 슬픔, 화냄과 즐거움 같은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습니다. 온갖 비바람에도 묵묵히 견뎌내는 단단함이 있습니다.


웅장한 바위가, 작은 돌 하나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쉬운 길은 없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렵고 험한 길을 가면서도 시련은 겪을 만큼 겪어야 했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용암 속에서, 천둥번개 치는 폭풍우를 맞으며, 수백 킬로 땅 밑에서 짓누르는 압력까지 피하지 않고 이겨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바위처럼 살고 싶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도 더 힘든 고통을 기꺼이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길 한편에 작은 돌들이 층층이 쌓아 올린 돌탑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돌탑을 이루고 있는 이 잔잔한 돌들은 어떤 인내의 시간들을 보냈을까요?

한 방울 한 방울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받다가 쪼개진 바위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을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온 돌일 수도 있고요.

헤아릴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오늘 작은 돌탑을 이루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돌탑 위에 돌을 올려 소원을 빌고 싶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큰 돌을 찾지 않습니다. 맨 위에 있는 돌보다 작은 돌을 찾아서 올립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누군가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무너지면 안 되니까요. 우리가 비는 소원은 그렇게 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집채만 한 암석에서, 단단한 바위로, 그리고 작은 돌멩이가 되어 작은 돌탑을 쌓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는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하루하루가 모여 쌓여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초 일초가 지나야 한 시간이 되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야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러니 하고 하고 또 하고 실패해도 다시 하다 보면 이루어지는 게 삶이 주는 가르침입니다.

어디 한 번에 되는 건 없지 않습니까? 설령 한 번에 되더라도 그게 어디 진정 내 것이겠습니까?




작은 돌탑 위에 조그만 돌 하나를 정성스레 조심조심 올려놓았습니다.

별거도 아닌 작은 돌멩이에 불과한데 마치 소원이 이루어진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조그만 돌멩이도 영원의 시간을 견뎌낸 돌이니까요.


그 기운을 받아 오늘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삶을 향해 힘찬 한 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keyword
이전 15화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