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삶
하늘을 배경 삼아 구름이 두둥실 떠다닙니다.
하늘과 구름, 언제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구름은 한순간도 멈춤이 없습니다. 하늘은 커다란 시계, 구름은 시곗바늘처럼 쉼 없이 움직입니다.
하늘에 파란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눈부시게 푸른 날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하늘은 극단적으로 좋습니다. 이런 하늘은 잠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조급한 마음이 진정되고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마음이 넉넉해진 사람들은 평소에 잘 안 쓰던 긍정의 단어들을 꺼내 말하고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모든 일에 너그러워진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니 효과 만점의 하늘입니다.
구름이 조금씩 커지고 무게가 무거워지면 하늘은 잔뜩 인상을 찌푸립니다. 엄청나게 커진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으면 흐린 날씨가 되어 비를 뿌립니다. 거센 바람도 함께 말이죠.
방금까지 하늘을 보며 좋아했던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바쁩니다.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은 구름은 세상을 어둡게 합니다. 잿빛 하늘은 마음을 침울하게 만들어 우울감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이런 날씨는 사람들에게 괜한 짜증을 내게 하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며 예술이다며 감탄을 하지만 까만 먹구름을 보면 언제 비가 쏟아질까 조마조마 해집니다.
'지금 힘들어도 언젠가는 내 인생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온다'라는 말처럼 햇빛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반면 '내 인생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느니' 하며 구름은 불길하게 여깁니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 막연한 상황을 믿거나 현실적으로 가당치 않은 이야기를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애꿎은 구름까지 싸잡아 무시합니다.
그런데 사실 구름이 없다면 비도 없습니다. 비가 없으면 세상은 온통 이글거리는 사막으로 변할 거고요. 그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라집니다.
맑은 하늘은 때가 되면 먹구름이 끼여 비를 뿌려야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러고 보면 구름은 해, 달, 별, 바람, 비와 달리 적절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습니다. 비를 내리게 하고 무지개를 보여주면서 희망을 주지만 정작 그 가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요, 내리는 비를 보며 반가워하고, 찬란한 무지개를 보며 경건한 마음을 가지지만 정작 구름을 고마워하는 이는 없으니 말입니다.
움직이는 구름을 놓치지 않고 보는 것, 이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구름 감상하는 걸 '구름 추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구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름 감상 협회(Cloud Appreciation Society)라고 불리는 단체입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원 수가 120개국 5만 3,00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재미있고 진귀한 구름 사진을 찍어 공유하면서 구름에 관한 상식도 서로 배운다고 합니다.
구름 감상 협회의 전 세계 회원들은 말합니다.
"하루에 몇 순간 만이라도 머리를 구름 속에 두고 공상에 빠진다면 정신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영혼에도 좋을 것이다.'라고요.
그러면서 "이 따분한 회색 구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구름은 햇빛만 제대로 만나면 자기만의 빛나는 순간을 가지게 된다"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마치 구름이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우리 삶도 언젠가는 빛나는 순간이 있을 테니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구름들은 사람들 얼굴을 닮았습니다. 똑같은 얼굴이 없듯이 구름의 모양도 일분일초가 다르니까요.
구름은 저마다의 삶을 닮았습니다. 좋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이 있고, 만나면 헤어지듯이 구름도 때가 되면 서로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빈손으로 돌아가니까요.
희로애락으로 살아가는 인생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지나고 나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장면일 뿐입니다.
삶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구름처럼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잘 나간다고 으스대지 말고, 설령 힘들다고 기죽지 말고 오늘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름 뒤에는 항상 햇빛이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좌절하고 낙심하고 있지만 지금 이 불운 뒤에는 분명 빛나는 햇빛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어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무시당했던 상상이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세상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 사람들이 디딤돌이 되어 발전해 오지 않았을까요?
천동설이 확고부동한 시대에 지구가 돈다고 주장한 철학자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시도한 형제도 그들의 시작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온갖 비난을 받고 비웃음을 샀으니까요. 그것도 뜬구름을 잡아보려는 의지도 노력도 아니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고, 손바닥만 한 핸드폰 하나로 전 세계가 소통을 하고,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다녀온 지극히 당연한 이 모든 현실도 처음엔 뜬구름 잡는 소리였을 테니까요.
오늘은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멋진 날입니다. 공기도 깨끗하고 시원한 이런 아침을 꿀 모닝이라고 한다던데요, 왠지 오늘은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할지 모르나 뭐 어떻습니까? 상상만 해도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우니까요.
뜬구름 잡는 상상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러니 즐거운 상상이 오늘 하루 진짜 즐거움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